검찰은 1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가 민감한 재판에 불법으로 개입하고 특정 성향의 판사 사찰을 통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데 그의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15일 세 차례에 걸쳐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해 그가 불법행위를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정황이 비교적 뚜렷한 혐의사실 위주로 조사했다.
대표적인 사안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민사소송 개입 의혹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은 강제징용 재판 진행과 관련해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내부 정보를 일본 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측에 귀띔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압수수색해 김앤장 변호사와 양 전 대법원장 간 면담결과가 담긴 내부 보고문건을 물증으로 확보하기도 했다. 이 사실만으로도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성립한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도 양 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정황이 있는 핵심 혐의로 꼽힌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해마다 사법행정이나 특정 판결을 비판한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려고 이른바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문건을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법원행정처 차장·처장과 대법원장이 차례로 서명한 이 문건은 사실상 판사 블랙리스트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문건의 내용 및 실행과 관련해 기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정당한 인사권한 행사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양 전 원장은 이밖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공작 사건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비자금 조성 등 40여개 혐의사실에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 공모해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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