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에서 제일 나쁜 경우로 손꼽히는, 제일 비열한 사람이지요. 바로 이럴 때처럼 말입니다.
지난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징역을 살고 있던 남성이, 출소 나흘 전 자신 앞으로 구속영장이 또 발부된 걸 알았습니다. 구속 전 KTX 무임승차로 부과된 벌금을 납부하지 않은 건데, 법원은 수감 중인 것도 확인하지 않은 채 납부 독촉서를 보냈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자 구속영장을 발부한 겁니다. 도주의 염려가 있다면서 말이지요.
당초 벌금은 5만 원. 하지만 복역 중이니 내지 못했고 연체료가 붙어 10만 원으로 오른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한 건, 결국 출소를 못 한 채 재판을 받았지만, 그 뒤에도 아무 이유 없이 일주일이나 출소가 더 미뤄졌다는 겁니다.
법원이 신병 확보를 못 해 놓고 억울하게 옥살이까지 시킨 거지요. 단돈 10만 원 때문에 말입니다. 또 다른 지역에선 마트에서 소주 한 병과 각 티슈를 훔친 혐의로 50대 노숙자가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회삿돈 50억 원을 횡령한 한 식품회사 회장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 돈을 자택 수리비와 자동차 임대 비용으로 썼지만 사장인 그의 아내에겐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10만 원 때문에 1년 가까이 징역형을 산 거에 비하면 많이 약하지요.
지난해 폭언과 폭행, 탈세에 밀수까지 해 사회적 공분을 산 한진 조양호 회장 일가는 단 한 명도 구속되지 않은 데다, 역사에 길이 남을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구속 영장이 줄줄이 기각된 것만 봐도, 법은 힘 있는 사람들 편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9명이, 한국 사회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존재하며, 법 보단 권력이나 돈의 힘이 더 강하다고 했습니다. 또, 절반 이상은 법이, 약자보다 강자의 편에 서는 경우가 많다고 했지요.
죄를 지은 사람을 처벌하는 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것으로, 세상 그 어떤 일보다 어렵고 신성한 일입니다. 법관이 돈과 권력이 아닌 명예와 신념을 중시해야 하는 이유이지요.
사법부의 신뢰가 무너진 걸 걱정하기 전에,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단 말, 그 기본적인 개념부터 스스로 깨우치길 바랍니다. 우리 역사에서 사법부 수장이 구속되는 일이 또 일어나선 안 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