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 장소는 전북에 있는 새만금입니다. 청원 내용은 이곳에 국제공항을 만들 수 있게 해달라는 거였지요.
당시엔 참여 인원 미달로 정부의 답을 들을 수 없었지만,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난 1월, 정부가 새만금 신공항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주면서 전북은 드디어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를 어쩌죠. 새만금에서 차량으로 한두 시간 거리에 국제공항이 이미 두 개나 있거든요. 그것도, 2017년 전국 14개 공항 중 가장 많은 적자를 낸 무안국제공항과 개항 후 20년 동안 딱 한 번 흑자를 낸 청주국제공항입니다. 여기에 또 새 공항을 짓는 건, 가뜩이나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공항들이, 없는 손님마저 나누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물론, 2017년 국토부가 진행한 사전 항공수요 조사에선 새만금 신공항 이용객이 2025년 67만 명, 2055년엔 133만 명까지 늘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새만금 개발이 계획대로 잘 진행됐을 때 얘깁니다.
실제 새만금 개발사업은 정권에 따라 요리조리 방향이 바뀌는 바람에 시작한 지 30년이 다 된 지금까지 그 계획조차 제대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금으로선 새만금 신공항은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는 얘기겠죠.
2002년에 개장한 경북 예천공항은 380억 원을 들이고도 불과 2년도 안 돼 폐쇄됐습니다. 1,320억 원을 들인 경북 울진공항은 문도 열지 못한 채 비행 훈련원으로 용도를 바꿨지요.
지금 운영 중인 전국의 14개 공항 중 10개는 매년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8천억 원짜리 애물단지가 또 하나 만들어지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길 바랍니다. 뭐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새해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