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과정에서 불법 구금과 고문을 당한 뒤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피해자에게 국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정 모 씨와 그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재심 사유가 있다는 게 뒤늦게 밝혀져 무죄를 확정받은 경우 무죄 확정 때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 권리남용이고, 이를 받아들인 원심 판단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판결에 따르면 정씨는 1981년 버스에서 "이북은 공평히 나눠먹기 때문에 빵 걱정은 없다"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불법 체포돼 일주일 간 구금된 채로 고문당했다. 구속기소된 이후 1984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정씨는 30년 뒤인 2014년 재심을 받았고 당시 재판부는 "국가보안법에서 정한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앞서 1·2심은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 행위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소멸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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