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조용히 사라지는 내 돈이 있습니다. 휴대폰을 이용하면 쌓이는 통신사 마일리지입니다. 원래 마일리지는 현금처럼 통신비 결제에도 쓸 수 있고 멤버십 포인트로도 사용할 수 있죠.
그런데,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6년간 소멸된 이동통신 3사 마일리지는 1,905억 원에 달합니다. 엄청난 돈이죠. 현금처럼 쓸 수 있는데 사용되지 않고 그냥 사라져버린 겁니다. 이통사들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마일리지의 소멸이나 생성을 고지하고 있다지만 이를 확인하고 챙기는 소비자는 솔직히 그리 많지 않죠.
이렇게 사라지는 마일리지는 회계상 기업의 수익으로 잡힙니다. 기업 입장에서만 보면 굳이 소비자들에게 마일리지를 빨리 사용하라고 홍보할 필요가 없는 거죠. 이렇다 보니 특히 고령층은 마일리지 존재 자체를 아예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업은 이런 마일리지를 자신들이 주는 일종의 혜택이라고 볼지 모르지만, 소비자는 그 기업을 선택하고 이용한 대가로 마일리지를 취득합니다. 제대로 쓸 수만 있다면 돈과 똑같은 거죠.
그런데, 소비자도 모른 채 유효기간이 지났다며 사라져버리고, 정작 사용하려 하면 통신사들마다 사용처가 제한돼 있는 데다, 많아봤자 결제금액의 10% 정도만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내 돈인데 말이지요. 쓴다고 써도 연말에 몇만 원어치 포인트는 날리는 경우가 수두룩한 이유입니다.
포인트 사용처를 확대하든지, 공제율을 높이든지. 기왕 준 마일리지를 다 쓸 수 있게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기업이 고객 사랑을 외친다면 이런 거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아직까지는 기업들의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