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골목길에 어느 날부터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재개발 지역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이사를 가지 않은 주민들도 살고 있는데,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하니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 쓰레기, 도대체 누가 치워야 할까요?
노태현, 정수정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철거를 앞두고 이주가 한창인 서울의 한 재개발 구역입니다.
길마다 쓰레기들이 가득합니다.
주택들 사이 빈 공간은 침구류와 가전제품 등으로 아예 쓰레기 장이 됐습니다.
▶ 스탠딩 : 노태현 / 기자
- "동네 구석 골목길입니다. 수거되지 않은 대형 가구들과 온갖 쓰레기로 길이 완전히 막혀버렸습니다."
주민들은 골목을 지나갈 때마다 쓰레기에 걸려 넘어지지는 않을까 겁이 날 정도입니다.
▶ 인터뷰 : 재개발 지역 주민
- "지나다니면서 혼자 욕을 하고 다녀요. 이러다가 내가 걸려서 넘어지면 누구한테 보상받느냐고…."
서울의 또 다른 재개발 구역.
이사를 하면서 아예 쓰레기를 그대로 내던지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심지어 다른 동네 주민들까지 와서 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갑니다.
▶ 인터뷰 : 인근 지역 주민
- "안 가져가는 건 진짜 안 가져가는 게 있어.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어. 저기다 갖다 버려. 어차피 헐 건데."
재개발 사업이 사실상 지지부진한 다른 지역도 빈집에 쓰레기가 가득 차 처치곤란입니다.
떠나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는 결국, 남아있는 주민들의 피해로 되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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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탠딩 : 정수정 / 기자
- "이렇게 종량제 봉투에 버려진 쓰레기는 그나마 다행입니다. 문제는 무단 투기된 생활 폐기물 쓰레기입니다. 이 쓰레기를 치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구청에 문의했습니다.
재개발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 처리에 대해서는 정해진 지침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조합원 쓰레기 처리는 1차적으로 조합의 몫이라는 게 구청 얘기지만 조합도 고충이 있습니다.
▶ 인터뷰(☎) : 조합 관계자
- "(불법 쓰레기는) 구청도 안 가져가요. 협약이 됐다거나 이런 게 없죠. 저희가 CCTV 설치해서 투기 억제하려고 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구청을 탓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구청의 입장은 다릅니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와 폐기물 신고증이 붙은 쓰레기 수거는 구청 몫이지만 제때 처리하기도 벅차다고 말합니다.
동대문구 재개발지역만 해도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8월부터 12월까지, 주민센터를 통해 신고된 대형 생활 폐기물만 1만4천695건.
한해 전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 인터뷰(☎) : 지역 관계자
- "(신고가) 많이 늘었지요. 어쩔 수 없이 재개발하는 동안에는 방치하고 가는 경우도 있고, 민원도 많고, 그래도 엄청 많았는데 수거는 많이 돼서…."
조합은 조합대로 구청은 구청대로 책임을 미루면서 서울 도심 곳곳의 재개발 지역이 방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정수정입니다. [ suall@mbn.co.kr ]
영상취재 : 김 원·한영광 기자
영상편집 : 송현주·이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