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혐오스러운 말이 다 담긴 이 일은 8년 전, 한 대학 의과대학생들이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했던 사건입니다. 술에 취해 잠을 자는 여학생을 성추행한 가해자들을, 학교 측은 옹호하고, 가해자 부모는 피해 여학생의 평소 행실을 문제 삼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말 그대로 잘 나가는 부모를 둔 덕에 유명 변호사까지 선임한 가해자들은 죄를 뉘우치긴커녕 경찰에서 죄를 실토해 놓고도 법정에서 뒤집기까지 합니다.
결과는 뻔한 상황이었지만 다행히도 사회적 공분이 일어 결론적으로 세 학생 모두 유죄 확정에, 출교 조치. 다른 학교에 입학하지 않는 한, 의사가 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런데 8년 뒤인 지금, 가해자 중 한 명, 특히 가장 중한 처벌을 받은 사람이, 이대로라면 의사가 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출소 뒤 다른 대학에 입학해 곧 의사 국가고시를 보게 됐거든요. 보통 본과 4학년에 보는 의사고시는 평균 합격률이 95% 수준으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합격해 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습니다.
우리 법엔 의사들이 성범죄를 저질러도 마땅히 자격을 제한할 조항 자체가 없지요. 몰카를 찍거나, 환자를 성추행 해 실형을 살고 나와도 아무 일 없었던 듯 다시 진료를 할 수 있고, 그래선지 최근 10년간,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3배로 늘었습니다.
법은 왜 이렇게 바뀌질 않는 걸까요. 사건이 터졌을 당시 국회에선 성범죄 연루자는 절대로 의사가 될 수 없도록 의료법 개정안을 상정하겠다고 했었습니다. 그 뒤로 몇 차례 발의도 됐지요. 하지만, 지금껏 처리된 건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의사가 되지도 않은 예비 의사에게까지 관심을 가져달라는 건 너무 큰 바람인 걸까요.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나의, 우리 가족의 몸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 기가 막힌 건지, 국민 보다 자기네들 밥그릇 싸움에만 혈안이 된 국회가 더 기가 막힌 건지, 이래저래 답답한 한 주가 또 시작됐습니다. 미세먼지도 걷혔는데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