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복권에 당첨"…색종이로 사기 쳐 3억 가로챈 외국인

【 앵커멘트 】
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1억 원이 넘는 미국 복권에 당첨됐다는 메일을 받으면 기분이 어떨까요?
이렇게 복권에 당첨됐다고 속여 수억 원을 가로챈 외국인이 붙잡혔는데, 초록색 종이를 달러라고 속이는 황당한 수법도 썼습니다.
안병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사람들로 붐비는 서울의 한 거리, 경찰이 노란색 옷을 입은 한 외국인을 체포합니다.

(현장음)
- "사기 혐의로 당신을 체포합니다."

라이베리아 국적의 4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간 '미국 복권에 당첨됐다'는 메일을 불특정 다수에게 보냈습니다.

실제 미국 복권을 구매한 적이 있는 30대 B씨는 이 메일에 속아, 미국 대사관 직원을 사칭한 A씨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 스탠딩 : 안병욱 / 기자
- "A씨는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피해자를 직접 불러 사기를 치는 대범함도 보였습니다."

A씨는 외국환거래법을 이유로 당첨금을 일반 지폐가 아닌 '그린머니' 형태로 우리나라로 들여와야 한다고 피해자를 속였고 배송료 등의 명목으로 3억 6천만 원을 가로챘습니다.

그린머니는 정상지폐에 화학약품을 칠해 녹색으로 만든 뒤 다시 약품처리를 거치면 정상지폐로 돌아오는 화폐인데, 불법자금 은닉에 주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받은 건 그린머니가 아니고 그냥 초록색 종이였습니다.

▶ 인터뷰 : 김현수 / 서울 방배경찰서 지능수사팀장
- "피해자를 속였던 그린머니는 국과수 감정결과 일반 색종이로 확인되었습니다."

A씨는 가로챈 돈으로 신발 등 고가 명품을 샀고 중고차까지 구매해 라이베리아로 보내려다가 결국 덜미가 잡혔습니다.

MBN뉴스 안병욱입니다. [obo@mbn.co.kr]

영상취재 : 김준모 기자
영상편집 : 오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