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재판소가 오늘(11일) 낙태 처벌 조항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소수 재판관은 "태아 역시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된다"며 합헌 의견을 냈습니다.
헌재 내에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은 이날 자기 낙태죄와 의사 낙태죄에 모두 합헌 의견을 냈습니다.
태아 역시 인간 생명으로서 국가가 당연히 보호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기본 생각입니다.
이들 재판관은 "태아는 인간으로 형성돼 가는 단계의 생명으로서 인간의 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태아와 출생한 사람은 생명의 연속적인 발달 과정 아래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태아와 출생한 사람 사이에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출생 전의 생성 중인 생명을 헌법상 생명권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생명권 보호는 불완전한 것에 그치고 말 것"이라며 "태아 역시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생명권의 제한은 곧 생명권의 완전한 박탈을 의미하며, 낙태된 태아는 생명이 될 기회를 영원히 잃게 된다"며 "이런 특수성을 고려할 때 여성의 자기 결정권보다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보다 중시한 입법자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태아의 '독자적 생존 시기'를 구분한 다수 의견에도 반대했습니다.
이들은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의 중요성은 태아의 성장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며 "임신 중의 특정한 기간에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우선하고 그 이후에는 태아의 생명권이 우선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수 의견이 말한 낙태의 '사회·경제적 사유'도 "그 개념과 범위가 매우 모호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결국 임신한 여성의 편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이는 낙태의 전면 허용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해 일반적인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들 외에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헌법 불합치 의견보다 더 나아가 단순 위헌 의견을 냈습니다.
이들은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다만 예외적 허용 사유를 규정하는 건 태아의 생명 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 사이에서 태아의 생명 보호를 단순하게 우선한 것"이라며 "사실상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부정 내지 박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태아가 덜 발달하고, 안전한 낙태 수술이 가능하며, 여성이 낙태 여부를 숙고해 결정하기에 필요한 기간인 임신 제1 삼분기(14주 무렵)에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주
이들 재판관은 이 같은 판단에 기초해 굳이 입법 유예 기간을 둘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자기 낙태죄 조항으로 기소되는 사례가 매우 드문 점 등을 고려하면 형벌 조항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만큼 이들 조항이 곧바로 폐지된다 해서 극심한 법적 혼란이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