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 김하연 작가 인스타그램] |
길고양이 사진을 찍으며 이들의 삶을 기록하는 김하연 작가는 지난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가슴 찡한 일화를 전했다. 그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살던 길고양이 '얼룩이'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과 함께 얼룩이를 향한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씨를 소개했다.
관악길고양이보호협회 단체 채팅방에서 사연을 제보받았다는 김 작가는 "(얼룩이가) 사람들에게 반갑고 살갑게, 때로는 무심하게 그러려니 받아주던 고양이였던 것 같다"며 "마당을 내주고 보살펴 주신 분이 고양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써 붙여 놓았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가 올린 사진 속에는 평소 얼룩이의 먹이를 챙겨주며 살뜰히 보살펴주던 한 시민의 편지와 애도를 표하는 꽃다발이 놓여있었다. 그는 얼룩이를 대신해 평소 얼룩이에게 애정을 쏟았던 주민들에게 감사와 위로의 인사를 남겼다.
편지를 작성한 이는 "그동안 얼룩이를 귀히 여겨주시고 예뻐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우리집 작은 앞마당을 집 삼아 살던 얼룩이 기본적인 먹이와 물을 매일 주던 사람으로써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슬픔을 표했다.
이어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건 육안으로 볼 때 큰 고통 없이 짧은 시간에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라며 "그러니 여러분들도 마음 아프겠지만 일상으로 돌아가 더욱 열심히 살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얼룩이도 영혼이 있다면 저를 예뻐해 주던 모든 분들이 꼭 꿈을 이뤄 자기를 기억해주길 바랄 거다"라고 덧붙였다.
익명의 시민이 해당 편지를 남기고 떠난 이후, 얼룩이가 생활하던 마당 주변에 작은 애도의 물결이 번졌다. 얼룩이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긴 또 다른 주민들이 편지 위에 쪽지를 덧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얼룩이와 함께한 저마다의 추억을 돌아보며 안녕을 빌었다.
한 주민은 "불과 몇시간 전까지 저랑 같이 놀던 녀석인데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며 "그래도 아주머니 아저씨께서 베풀어 주신 사랑, 얼룩이도 얼룩이 엄마도 잘 알 거다. 마음 잘 추스르시고 오래 건강하시라"고 얼룩이를 보살피던 이에게 위로를 건넸다.
또 다른 이는 "얼룩이는 저에게 점순이었다. 다리 사이를 걸어 다니며 꼬리를 흔들던 게 눈에 선하다"며 "언니는 열심히 살다가 우리 점순이 얼른 만나러 갈게. 고마웠어 점순아"라고 자신만의 별칭으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초등학생의 순수한 마음이 돋보이는 쪽지도 함께 붙어있었다. 신성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추단비 양은 "얼룩이는 저에게 베스트 프렌드였다. 애교도 부리고 '야옹' 소리도 냈다"며 "하늘나라에서도 아프지 말고 잘 살라"고 작별 인사를 고했다.
가슴 따뜻해지는 사연을 소개한 김 작가는 "올 때는 아무도 환영받지 못하고 왔던 아이가 떠날 때는 모두의 배웅으로 떠나는 동네. 고양이가 살기 좋았던 동네는 분명 사람도 살기 좋은 동네라고 생각한다"고 글을 맺었다.
인터넷을 통해 사연이
[디지털뉴스국 이유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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