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20대 배우와 관련해 사고 직전 유일한 동승자인 남편이 아내가 도로 한가운데에 차를 세운 이유를 모르겠다며 상식 밖의 진술을 함에 따라 경찰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경기 김포경찰서 관계자는 11일 "이번 사고의 정확한 경위를 밝히기 위해 다각도로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도 "2주가량 지나 부검결과가 나오더라도 결론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듯하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수사가 길어지면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쳐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수는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한 가장 큰 의문점은 배우 A(28·여)씨가 다른 차량 2대에 잇따라 치이기 전 왜 새벽 시간 편도 3차로 고속도로 한복판에 자신의 벤츠 차량을 정차하고 차에서 내렸는지입니다.
통상 고속도로 주행 중 차량이 갑자기 멈춰서는 등 급박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도로 갓길이 아닌 한복판 차로에 정차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수사 초기 이 같은 의문은 경찰이 A씨 차량 내 블랙박스를 확보하면서 쉽게 풀수 있을 듯했습니다.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된 A씨 부부의 대화 내용을 확인하면 도로 한복판 차로에 정차한 이유를 추정할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고 경찰은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A씨 부부가 차 안에서 나눈 대화는 블랙박스에 녹음돼 있지 않았습니다. 애초 녹음 기능이 꺼져 있었던 탓입니다.
도로 한가운데에 차량을 세우기 전 부부의 대화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경찰은 차량 탑승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A씨 남편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A씨 남편은 경찰에서 "내가 소변이 급해 차량을 세우게 됐고 인근 화단에서 볼일을 본 뒤 돌아와 보니 사고가 나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가드레일이 설치된 갓길이나 가장자리 3차로가 아닌 고속도로 한가운데 2차로에 아내가 차량을 세운 이유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차량 내에서 잠을 자던 상황이 아니고서야 직접 운전을 하지 않았더라도 조수석에 동승했으면 왜 2차로에 차량을 세웠는지 알지 못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남편 진술이 상식선에서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찰은 기대했던 A씨 남편으로부터 2차로 정차 이유에 관한 설득력 있는 진술을 확보하지 못하자 A씨가 음주운전을 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A씨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2차로를 도로 끝 3차로로 착각해 한가운데 차로에 정차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A씨 남편은 경찰에서 "사고 당일 영종도에서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면서도 아내의 음주 여부에 대해서는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술자리에 함께 있던 아내가 술을 마셨는지 안 마셨는지를 못 봤다는 이 진술도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경찰은 A씨 남편이 사고 전 술을 마신 영종도 주점 관계자와 동석자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부검 결과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약 국과수 부검 결과 A씨가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밝혀져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음주운전 여부뿐 아니라 그의 차량 고장 여부, A씨 사망 시점, 택시기사의 전방주시 태만 여부, 과속 여부 등을 모두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