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5월 13일 뉴스초점-왜 하필 지금?

'왜 하필 이 시점에….'

사흘 전 검찰이,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경찰청장, 강신명, 이철성 두 전직 경찰청장에 대해 이례적으로 한꺼번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나온 말입니다. 이들의 죄목은 정보 경찰을 동원해 선거 정보를 모으고 이를 통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 만일 사실이라면 죗값을 묻는 게 당연하겠습니다만, 이 사건을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묻습니다. 왜 하필 지금이냐고요.

선거철도 아니고, 무슨 뇌물을 받은 것도 아니고. 특히 이철성 전 경찰청장은 지난 촛불 집회가 잘 이뤄질 수 있게 했다며 이번 정부에서도 바뀌지 않고 유임됐던 인물인데, 오래전부터 경찰이 관행처럼 해오던 정보수집과 관련된 죄목으로 영장까지 청구됐으니 의아한 겁니다. 좀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왜 굳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뒤숭숭한 '지금, 이러냐'는 거죠. 검찰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원래 수사 중인 사건이었고 중대 혐의가 드러났으니 미룰 수도, 미룰 필요도 없다는 거지요. 원칙대로 처리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럼 이건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요. KT 채용 비리 수사에 착수한 지 5개월이 됐는데도, 이번 수사의 시발점이 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조사를 하지 않은 거요. 이것도 원칙에 따른 걸까요.

경찰의 입장은 어떨까요. 이들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합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조직의 수장으로 모셨던 두 사람에게, 더구나 조직이 통상적으로 해 오던 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는데도 입도 뻥긋하지 않습니다.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절호의 호기를 맞았는데, 괜한 말을 꺼냈다가 자칫 이 찬스를 놓쳐버릴까 극도로 몸조심을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검찰과 경찰은 지금껏 조직 이기주의가 아닌 국민을 위해 검경 수사권을 보고 있다고 말해왔습니다만, 이해 안 되는 시기에 갑자기 경찰의 전직 두 수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검찰과, 그럼에도 지금 자신들의 호기에 조금이라도 누가 될까 전직 수장에 대한 수사에도 말 한마디 꺼내지 않는 경찰. 이들을 보는 국민들은 정말 저들이 정치적 색깔 없이 일을 하고 있구나 라고 인정을 할까요.

국민도 그냥 검찰과 경찰이 자신들의 역할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판단을 할 겁니다. 진짜 정치적 색깔, 판단 없이 단지 그들이 하는 일만 보고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