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용두사미…경찰 고위층 유착 못 밝혀

클럽 '버닝썬'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가수 승리(이승현·29) 등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언급된 윤 모 총경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전날 승리와 유리홀딩스 전 대표 유 모씨(33)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가운데 100일간의 버닝썬 수사가 사실상 맥없이 마무리된 셈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유착 의혹에 연루된 윤 총경과 전 강남경찰서 경제팀장 김 모 경감을 직권남용 혐의로, 전 강남서 경제팀 신 모 경장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각각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승리와 유씨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주점 '몽키뮤지엄'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단속된 2016년 7월 당시 수사상황을 알아봐준 혐의를 받는다.
유씨와 수차례 골프 모임을 가졌던 윤 총경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선 벗어나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윤 총경은 2017년 10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총 4차례 골프 라운딩을 하고 6차례 식사를 함께했으며 유씨를 통해 3회에 걸쳐 콘서트 티켓을 제공받았다. 접대 내역은 총 268만원에 이르지만 1회 100만원, 연 300만원인 청탁금지법 형사처벌 기준을 초과하지는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뇌물죄 적용을 하지 않은데 대해 "뇌물은 직무관련성·대가성이 중요한데 이 부분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윤 총경이 몽키뮤지엄 단속 정보를 알아봐준 시점과 골프 모임을 시작한 시점 사이에도 약 1년의 시차가 있어 뇌물로 보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강남 클럽과의 유착 의혹으로 현재까지 경찰관 8명이 입건됐고, 3명이 추가로 내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유착 수사 결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데다 승리 구속에도 실패하면서 버닝썬 수사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승리 영장 재신청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버닝썬 폭행사건의 발단이 된 김상교 씨를 성폭력처벌법 위반, 폭행,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8년 11월 24일 클럽에서 김씨를 최초로 폭행한 사람은 자영업자 최 모씨로 드러났다. 최씨는 일행 중 1명이 김씨에게 성추행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김씨에게 폭행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