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의 개인 출판기념회는 물론 자치단체장 부인들 행사에 안내요원으로 동원되고, 각종 지역 행사나 스포츠 경기에 자리 메우기는 기본, 지역 선거 후보자의 공약집을 작성하는가 하면, 최근엔 국민청원 홍보 활동까지 합니다. 포항 지진 피해배상 특별법을 촉구해달라,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시에 설치해달라, 대기업 공장을 지역에 유치해달라, 신공항 개발을 중지해달라며 지자체장들이 넣은 국민청원에 동의 수를 늘리기 위해섭니다.
국민청원으로 정부의 답을 들으려면 20만 명을 채워야 하거든요. 때문에 해당 지역 공무원들은 이를 채우려고 밤낮없이 주말까지 반납하면서 주민들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엔 소년법을 폐지시키려고 동생이 또래 집단에 폭행을 당했다며 거짓 청원을 올린 일도 있었죠. 국민청원같이 선한 취지로 만들어진 국민의 도구가, 이런 악의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에 의해 악용될 수도 있다는 단적인 예가 됐습니다.
아무리 목적이 좋다고 해도, 그 목적만을 위해 거짓으로 글을 만들어 올리고, 또 아무리 지역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집단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동의 수를 올리는 건, 결국 본래의 좋았던 처음의 그 목적까지 나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참여와 동원은 엄연히 그 뜻이 다릅니다. 개인의 업적을 위해 공무원을 동원하는 게 아닌 그들을 정책에 참여시켜 좋은 아이디어를 내도록 하고 또 그것이 잘 실행되도록 하는 게 진짜 지자체장의 역할이란 것, 정작 지자체장들은 모르고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