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자주 이용하는 대학생 정 모씨(23)에게 최근 가장 큰 관심사는 '전시회'다. 전시회 관람 인증샷이 본인의 SNS 게시글로 보여주기에도 손색이 없다는 것. 정씨는 "전시회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다소 엄숙하고 지루한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요즘 전시회는 포토존은 기본이고 직접 만지고 경험하는 곳들이 많다"라며 "재미도 있는 데다 남들에게 보여주기에도 좋으니, 영화 볼 값으로 전시회 가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31일 기준 '해피인사이드',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 '뷰티인사이드 로맨틱 포토 에디션' 등 서울에만 여러 개의 포토존 위주의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조명 장비와 세트별 소품이 완비된 것은 기본이고, 삼각대까지 대여해 주기도 한다. 젊은 층도 이에 호응하고 있다. 페이스북 지역 관련 정보 페이지에 게시된 '이번 달 인스타 감성 전시회 일정'에는 수백 개의 댓글과 좋아요가 달렸고, 인스타그램에 '전시회스타그램(전시회+인스타그램)' 키워드만 검색해도 30만 개가 넘는 결과물이 뜬다.
◆젊은 세대에게 전시회는 '작품' 아닌 '나' 중심
↑ 서울 마포구 스타티스뮤지엄에서 진행하고 있는 '뷰티인사이드' 전시회. 이 곳에서 관람객들은 삼각대를 빌려 사진을 찍고, 문을 열고 거울을 보는 등 작품을 직접 체험하기도 한다. [사진 출처 = 최서진 인턴기자] |
전시실의 풍경은 기존의 전시회와는 사뭇 달랐다. 작품을 보는 순서에 따라 관객이 공간을 한 방향으로 돌며 감상하는 평범한 전시회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관객들이 카메라를 들고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 가 줄을 선다. 전시된 작품 또한 예술가의 예술작품이라기보다는 전시회가 마련한 '포토존'에 더 가깝다. 사진 촬영은 물론, 작품을 만지는 것도 가능하다. 문을 열거나 망원경을 통해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레이저가 얼굴을 비추기도 한다. 이곳에서 관람 과정은 시각 만족이 아닌, 오감 만족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과연 이런 전시회를 전시회라고 할 수 있나'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요즘 전시회 다 이렇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오며 포토존 중심의 일명 '인스타 감성' 전시회에 대한 누리꾼들의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천천히 감상하는 예술 작품 중심의 전시회는 이제 찾기 힘들다", "작품이 아닌 관람객 위주의 전시회다" 등 불만 섞인 반응도 있었다.
반면 전시회에 온 관람객들의 생각은 달랐다. 본인을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A씨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정확한 전시회의 개념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전시회를 각자의 방법으로 즐기고 감상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냐는 것. 그는 "SNS나 메신저 앱 프로필 사진을 통해 지인들과 삶을 공유하는 것은 이제 모든 사람에게 일상과 같다"며 "문화생활도 내 삶을 보여주기 위한 사진 촬영의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고,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눈으로 보는 것? 더 나아가 SNS에 공유하는 것이 전시회의 완성"
↑ 스타티스 이동석 대표는 관람객이 SNS에 관람 내용을 공유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출처 = 최서진 인턴기자] |
뷰티인사이드 전시회의 풍경은 분명 낯설었다. 관람객들은 '작품'이 아니라 작품과 함께하는 '나' 자신에
[디지털뉴스국 최서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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