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 단지 사방에 설치된 펜스에 갇혀 목숨을 잃는 길고양이들이 많습니다.
고양이들을 구해 달라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서울시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배준우 기자입니다.
【 기자 】
재건축 공사가 진행 중인 아파트 단지 곳곳에 고양이들이 보입니다.
동물 보호 활동가들이 두고 간 음식을 먹고, 함께 뒹굴고 장난치며 놀기도 합니다.
언뜻 보기엔 평화로워 보이지만 재건축 현장 주변을 봉쇄한 장벽에 갇혀 있는 신세입니다.
▶ 스탠딩 : 배준우 / 기자
- "재건축 공사가 시작되면 5백 미터 길이의 펜스가 아파트 사방에 설치되는데요. 그 높이가 무려 10m에 달하고 바닥까지 시멘트로 막혀 있어 고양이들이 출입하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주민들의 요구로 펜스에 고양이들이 빠져나올 수 있는 출입구를 서너 곳 뚫어놨지만, 철거가 본격 시작되면 이 구멍들도 막히게 됩니다.
▶ 인터뷰 : 동물 보호 활동가
- "1차 허물어질 때 고양이들 다 파묻혀 죽었어요. 이번에는 고양이들 나올 수 있는 구멍만은 좀 뚫어달라고…."
무관심 속에서 고양이들이 죽어나가자 일부 주민들이 직접 구조에 나서기도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 인터뷰 : 고양이 쉼터 운영자
- "재건축이 된다고 했는데 고양이들을 어떻게 보호한다는 얘기도 없고. 저 혼자서 얘네들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서울시에서만 재개발과 재건축이 추진 중인 곳은 597개소. 대부분 사정이 비슷합니다.
보다 못한 한 시민이 재건축 단지의 길고양이들을 도와달라고 서울시에 제안했고 호응이 잇따르면서 서울시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 인터뷰(☎) : 윤민 / 서울시 동물보호과 주무관
- "공사 지연이나 비용 추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서 규제가 아닌 동물보호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 조례를 마련코자…."
도심 개발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동물들에 대한 보호조치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배준우입니다.
[ wook21@mbn.co.kr ]
영상취재 : 이권열·임채웅 기자
영상편집 : 김혜영
화면제공 : 개포냥이보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