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왜 대학에 다니니?"
이 물음에 "지식을 얻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대학을 '상아탑'이 아닌 '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긴다. 실제로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대학 재학·졸업생 응답자 1969명 중 36.0%가 '취업'을 대학 진학 이유로 꼽았다. '꿈을 이루기 위해'(23.6%), '주변인의 시선 때문에'(18.1%)가 그 뒤를 이었다.
학교는 질 높은 강의나 유명한 강사 대신 '취업률 1위' 간판을 걸어 놓고, 학생은 듣고 싶은 수업 대신 학점을 잘 주는 수업을 듣는다. 교육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는 대학은 잘 보이지 않는다. '청년담론' 김창인 대표는 "대학 재학시절 대학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학교가 대기업에 인수되며 대학기업화가 진행되면서 캠퍼스 확장과 함께 학과 통폐합까지 무리하게 진행되면서 학교 안에서 '학생'은 지워졌다는 것. 학생회 시위를 통해 학교 정책에 반대하던 김 대표는 무기정학을 받기도 했다. 그는 결국 자퇴서를 내고, '대학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학교를 나온 김 대표는 대학연구네트워크와 함께 대학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그러던 중 그들과 뜻이 맞아 함께 의기투합해 '대안대학'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고안했다. 기존의 대안중·고교처럼 학생 중심의 자율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한 것. 기존 대학에 회의를 느끼는 학생을 위한 '이상한 대학교' 프로젝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 '학교' 아닌 '학생'이 주인공
↑ '이상한 대학교' 수강생 모집 포스터. [사진 출처 = 청년담론 제공] |
'이상한 대학교'의 주체는 학교나 교수가 아닌 '학생'이다. 매 학기 개강 이전 학생들이 기획단을 구성해 커리큘럼과 강의 장소를 선정한다. 배우고 싶은 주제를 논의해 정하고, 자신들을 가르칠 강사 또한 직접 섭외한다. 첫 학기 주제는 '도시'. 난민, 공동체, 역사 등 우리가 살아 숨 쉬는 현장 속에서 발견되는 것들을 고찰할 수 있는 포괄적인 주제를 선정했다. '깨끗한 보도는 노점상을 싹 철거해버린 후에 만들어진 것 아닐까?', '높은 마천루가 있던 곳에는 누가 살고 있었을까?'와 같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도시 속 숨겨진 의미들을 배우고, 토론할 예정이다. 강의 장소 또한 커리큘럼 주제에 어울리는 공덕역 경의선 공유지로 선택했다.
◆ "대학 문화 고민해보는 '이상한 실험실' 운영
↑ '이상한 대학교'는 대학문화를 고민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1월 OT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청년담론 제공] |
학생들을 위한 '이상한 실험실'도 운영된다. 학기 중에 수강생들의 자치 운영회의와 대학 관련 프로젝트 기획 논의를 진행해 교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상한 대학교의 주인은 학생들"이라며 "대학 밖에 대학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 지적 담론을 생산하고,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각자의 대학에 돌아갔을 때 자신의 대학을 변화시키게끔 돕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상한 대학교'는 텀블벅 펀딩 프로젝트 또한 진행하고 있다. 한 학기 등록금으로 1인당 10만원씩을 받고 있지만, 강사료를 감당하기에는 모자라기 때문. 청년담론은 모자라는 강사료 액수인 150만원을 목표 금액으로 설정해 마감일인 7월 14일까지 후원을 받는다. 목표 금액을 초과 달성하면, 대학교 운영 및 홍보 비용으로 이용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이 프로젝트가 한국의 대학교육 시스템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취업이 아닌 지식을 얻으려는 학생들이 존중받고, 대학 또한 대학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진지하게 토론하게 되는 사회
[디지털뉴스국 최서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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