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상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범위입니다. 굉장히 까다로운데, 현실은 이보다 훨씬 더 엄격하다지요. 그러다 보니 이런 상황이 반복됩니다.
뇌 질환이 있는 아내의 머리를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남편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무려 37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아내는 징역 4년 형을 선고 받았죠.
기준은 '우발적 범죄'인가 아닌가 하는 겁니다. 집행유예를 받은 남편은 말다툼 중 아내가 자신의 셔츠를 찢고 손목을 물어 순간 화가나 머리를 때렸다고 하니 우발적인 범죄이고, 4년 형을 받은 아내는 수십 년간 자신을 폭행한 남편이 잠이 든 사이에 살해를 했기 때문에 우발적 범죄가 아니란 거지요.
법대로 아내가 정당방위를 인정받으려면 남편이 자신을 때리고 난 뒤에, 맨손으로 남편보다 약한 폭력으로 제압을 했을 때 남편이 사망해야 합니다. 여자의 힘으로 이게 가능할까요.
판결문에도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동기는 격분, 분노와 같이 우발적 범행임을 나타내는 문구가 자주 등장하지만, 남편의 폭력이나 외도는 격노의 원인으로 해석하질 않고 살인의 동기로 인정되지도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니 무려 21년간, 같은 사건에서 아내의 정당방위가 인정된 건 단 한 건도 없는 거죠.
대부분의 선진국은 살인 동기와 형량을 촘촘히 구분해 우리처럼 판사 개인의 판단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습니다.
법이 문제라면 그 법을 만든 국회, 또 그 법을 해석하는 판사, 집행하는 행정도 문제일 겁니다. 객관적이고 냉정해야 하는 게 법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평등이란 것, 그게 우리 법에 얼마나 깃들어 있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