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5가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민주씨(26). 에코페미니즘 시민단체 '가배울' 활동가로 일하는 김씨는 현재 '생태 DIY'를 다룬 잡지 '마더어스뉴스' 한국판 창간을 준비 중이다. [사진 = 박동우 인턴기자] |
김씨는 평소 지인들과 틈틈이 마더어스뉴스 속 기사를 번역해 돌려 읽곤 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제를 다루는 잡지가 정작 국내에는 없다는 아쉬움에 창간을 결심하게 됐다고 김씨는 말했다. 그는 지난달 마더어스뉴스 본사의 행크 윌 편집장에게 한국판 잡지 창간 의향을 전달했다. 행크 윌 편집장은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지닌 이가 한국에도 있어서 기쁘다"고 답했단다.
올해 11월께 창간호를 발행하겠다고공언한 김씨는 "온라인에서 독자가 '내가 읽고 싶은 기사'를 선정하면, 미국판 잡지 기사를 번역해 독자들에게 선보일 것"이라며 "금전적 수익 배분과는 무관하게 자급자족, 자립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이 접해봤으면 하는 염원이 있다"고 밝혔다.
↑ 미국의 격월간 잡지 `마더어스뉴스` 표지와 기사. 발행 부수는 약 50만부로, 자연에서 접할 수 있는 재료를 토대로 한 DIY(제품 직접 만들기)에 대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사진 출처 = 마더어스뉴스 홈페이지] |
◆ "귀촌해 농촌 살리기 동참할 것"
↑ 김민주 씨(왼쪽)가 서울 불광동 서울혁신파크 내 텃밭에서 지주대를 세운 뒤 동료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2018년 촬영. [사진 출처 = 김민주씨 제공] |
"부부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던 신혼 시절 거주했던 낡은 트레일러에서 지냈어요. 부부가 땅을 가꾸고, 직접 집 짓고, 아이를 낳고 살아간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에 대한 가능성을 볼 수 있었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직접 씨앗을 심고 싹이 자라는 걸 지켜보며 농작물을 수확하며 자연의 흐름과 대지가 주는 은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손으로 흙을 만지며 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어요."
대학을 졸업한 뒤 귀국한 김씨는 지난 2017년 환경 관련 시민단체에서 근무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에 시작한 일이었지만 날이 갈수록 자연 내음과 흙의 감촉에 대한 갈증이 싶어졌다고 한다.
김씨는 현재 '농촌 살리기'에 방점을 찍은 시민단체 '가배울'에 몸담고 있다. 올해 안에 전남 해남에 새 둥지를 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체 본부가 해남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
그는 스스로를 '에코페미니즘 활동가'로 소개했다. 에코페미니즘은 여성을 둘러싼 위계와 억압이 일견 환경 파괴와 자연 개발을 닮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현대 문명에 깃든 가부장적 요소를 철폐하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조화를 꾀하는 일에 주목한다.
김씨는 지난날 여성들이 가사 노동을 통해 가정을 살렸듯, 자연을 살리고 숨결을 불어 넣는 일에 여성이 나서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해남에서 가배울 동료들과 함께 도처에 널린 빈집을 수리하고, 남도 지방을 답사하며 청년들이 여행할 수 있는 코스를 설계할 생각을 품고 있다. 토종 작물을 활용해 가공식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에도 힘을 보탤 뜻이 있단다.
◆ 소변으로 비료 만들고, 손수 제작·수리도
↑ 김민주씨(맨앞)가 서울 불광동 서울혁신파크 내 '비전화카페' 건물 지붕 공사를 하던 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8년 촬영. [사진 출처 = 김민주씨 제공] |
김씨도 일 년 전에는 이같은 생각을 지녔단다. 김씨는 "내가 직접 목화를 키워 수확한 솜으로 옷을 지어 입고, 텃밭에서 키운 채소로 모든 음식을 만들어 먹고, 집도 혼자 지어 사는 이상을 품었는데, 돌이켜 보니 허무맹랑한 꿈이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지금의 김씨는 "의식주 자립의 시작은 공존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혼자 농사를 짓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다"며 "호미가 필요하면 옆집 사람에게 빌리고, 일손이 부족하면 품앗이를 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그가 사고의 전환을 겪은 결정적 계기는 '비전화공방서울'에서의 체험에 있었다. 김씨는 지난해 3월부터 1년에 걸쳐 비전화제작자 양성 과정을 이수했다. 그는 "텃밭에서 난 수확물을 이웃과 나눠 먹고, 친구가 만든 옷이나 숟가락을 사서 쓰고, 동료들과 함께 집을 지어 사는" 경험을 얻었다.
'비전화공방'(非電化工房)을 우리말로 풀어 쓰면 '전기와 화학 물질을 쓰지 않는 공방'이다. 지난 2000년 후지무라 야스유키 니혼대 교수가 일본 도치기현 나스에 세웠다. 후지무라 교수는 야자 껍질로 만든 숯을 이용한 간이 정수기, 햇빛을 활용한 식품 건조기 등 적정기술로 다양한 제품을 만든 발명가로 손꼽힌다. 비전화공방은 지난 2017년 서울 불광동 서울혁신파크에 입주하며 한국 진출을 알렸다.
비전화제작자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김씨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자취방과 혁신파크를 분주히 오갔다. 아침에는 텃밭 농사를 지었다. 이따금 목재를 자르고 다듬어 주걱·해먹 등 각종 생활용품을 만들었다. 낮에는 실내에서 강의를 들었다. 그는 이곳에서 목공 기술, 농사, 건축 분야를 공부했다.
처음에는 '좌충우돌'이었단다. 보름 가까이 묵힌 소변을 물에 희석해 만든 액체 비료를 동료들과 함께 텃밭에 뿌리다 옷에 튀는 바람에 서로 깔깔 웃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제각각 색깔과 냄새가 다른 액체 비료를 접하며 사람은 저마다 다른 특질을 지니고 있음을 깨달았다는 것.
지난 6월 김씨는 자신이 직접 기획해 손목시계 수리법을 공유하는 워크숍을 열었다. 미국은 동네마다 '수리카페'(repair cafe)가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는 게 김씨 설명이다. 리페어 카페에서는 고장 난 제품을 점방에 맡기지 않고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 고친다고 한다. 김씨는 처음 만난 이들과 함께 시계 전지를 갈고, 못 쓰는 부품을 교체했다. '누군가 내 시계를 고쳐주는 줄 알았다'며 당황한 이도 열의를 갖고 참여했단다.
번듯한 회사에 취직하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게 성공의 척도로 평가받는 현실에서 김씨는 "삶에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데 너는 어떤 삶을 살고 있니?', '네가 그리
[디지털뉴스국 박동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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