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버린 은행봉투 때문에 범죄 발각…`보이스피싱` 전달책 구속 송치

8000만원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전달책이 종이봉투 하나 때문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피해자로부터 돈을 가로채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달해 온 동남아 국가 출신 A씨(16)를 지난 5일 사기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의 범죄행각은 지난달 26일 오후1시께 방배경찰서 인근에서 택시를 잡던 A씨가 길바닥에 종이봉투를 버리면서 꼬리를 잡혔다. A씨는 이날도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돈을 건네 받고 현장을 뜨려던 중이었다. 조급함과 긴장감을 숨기지 못하던 A씨의 모습이 당시 점심을 먹고 경찰서로 복귀하던 강력 2팀 형사들의 눈에 띄었고, A씨가 버린 종이봉투가 빈 은행봉투라는 사실을 확인한 형사들은 A씨가 보이스피싱 전달책임을 직감했다. 이후 불심검문을 진행한 결과 A씨의 가방 안에서는 5만원권 지폐 400장이 나왔고 휴대전화에서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위치로 추정되는 주소가 발견됐다. 경찰은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4일 국내에 입국한 뒤 서울과 인천, 부천 등 수도권 일대에서 6회에 걸쳐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약 8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이 가운데 200여만원을 자신의 몫으로 챙기고 나머지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속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자녀를 납치했다고 피해자를 속이고 자녀를 풀어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의 현금을 요구하는 수법을 썼다.
A씨는 체포 직전 벌인 범행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여죄를 묻는 말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외에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 총책 등 조직원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희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