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지환 씨가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지난 12일에 구속됐습니다.
강 씨는 경찰 조사 내내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노린 것이란 지적도 많은데, 사회부 이현재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1 】
이현재 기자. 강지환 씨에 대한 경찰 조사를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 기자 】
네. 강지환 씨는 현재 경기 분당경찰서 유치장에 구속돼 있습니다.
사건을 담당하는 경기 광주경찰서에 유치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14일) 경찰에 확인을 해보니, 경찰은 강 씨를 직접 조사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합니다.
강 씨는 구속되기 전부터 줄곧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질문2 】
보통은 범행을 부인하거나 하기 마련인데 왜 술 때문에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하는 건가요?
【 기자 】
네. 아마 변호사와 상의하고 나서 준비된 답변을 계속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걸 두고 일각에서는 음주에 의한 심신미약 판정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 질문3 】
얼마 전에 지하철역에서 몰카를 찍다 잡힌 지상파 전 앵커도 술에 취해 있었다고 진술해 주취감경 폐지 논란이 불거졌었는데, 주취감경이 뭔가요? 설명 좀 해주세요.
【 기자 】
네. 사실 주취감경이라는 용어는 정확한 법률용어는 아닙니다.
심신장애가 생긴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을 때 형을 줄여줄 수 있다는 법이 있는데요.
음주에 의한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판사의 판단과 관계없이 반드시 형이 줄어들게 돼 주취감경 또는 주취감형이란 용어를 흔히 사용한 겁니다.
【 질문4 】
그러니까 강지환 씨도 지금 이 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건데, 이 법이 적용된 적이 있었나요?
【 기자 】
네. 지난 2008년 발생한 조두순 씨 사건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조 씨도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계속 주장을 했고요.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음주에 의한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바람에 1심 재판부는 12년 형을 선고했습니다.
이후 조 씨는 이 형량마저 무겁다고 항소를 했지만 모두 기각됐습니다.
【 질문5 】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는데, 이런 법이 다른 나라에도 있나요?
【 기자 】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만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음주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오히려 더 무겁게 처벌하고요.
영국과 미국도 처벌을 줄여주지는 않습니다.
선진국들에는 없는 법이다 보니 더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 질문6 】
그렇군요. 그러니까 강지환 씨가 심신미약에 의한 감형을 노린다는 건데, 효과가 있을까요?
【 기자 】
아마 그렇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두순 사건 이후 법이 개정됐거든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조를 살펴보면,
음주 또는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질렀을 때 심신미약에 의한 감형 조항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 질문7 】
성범죄에 한해서는 심신미약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거군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지난 2017년에 주취감경을 폐지하자는 국민청원이 올라온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 21만 명이 넘게 동의해 청와대가 직접 응답했고, 조국 민정수석이 아예 못을 박아버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어떻게 말했나 한번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조국 / 청와대 민정수석 (지난 2017년)
- "(성폭력 특별법 개정) 이후부터는 술 먹고 성범죄를 저지른다고 해서 봐 주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 질문8 】
그렇군요. 하지만, 일반범죄에 대해선 아직 주취감경이 적용될 수 있다 보니까 폐지 논란이 아직 계속되고 있는데요.
폐지할 수 있긴 한가요?
【 기자 】
폐지가 가능 여부를 명확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요.
폐지를 원하는 여론과 달리 법조계 목소리는 좀 다릅니다.
관련 법안을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건데요.
술에 취해 있었다고 해서 모든 범죄 행위를 일반화시켜 감형해줄 수 있겠냐는 겁니다.
악용될 소지도 충분하다 보니 일률적인 조항 삭제 자체는 곤란한 것이 법조계의 입장입니다.
【 클로징 】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평생 아물지 않는 상처를 안겨주는 중범죄입니다.
술에 취했든 아니든 마땅히 그에 맞는 죗값을 치러야 합니다.
수사과정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강지환 씨 사건도 마찬가지겠지요.
지금까지 사회부 이현재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 서정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