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는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이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걸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부르는데, 이 효과는 어디 가고,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이 말의 바탕이 된 신화가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피그말리온이 사랑한 그 조각상이 '리얼돌'과 비교되면서요.
지난 6월 대법원이 사람의 모습을 본떠 만든 성인용 인형, 리얼돌의 수입을 허용한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 이게 지금 우리 사회에선 성 대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리얼돌이 '여성'으로만 제작되기 때문입니다.
당장 여성들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여겨 인격권을 침해한다. 실제 연예인이나 좋아하는 여성의 얼굴로 제작을 한다면 초상권 침해이며, 리얼돌 존재 자체가 여성의 존엄성을 위협한다며 반대합니다. 사회적으로도 비정상적인 성행위로, 실제 이성 관계가 잘 맺어지지 않아 결혼은 물론 자녀조차 갖지 않는, 전 인류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하지요.
반면 남성들은 혼자 사는 외로움과 성욕을 해소하는 게 무슨 문제냐, 리얼돌로 인해 여성들이 걱정하는 성범죄가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그저 인형일 뿐,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며 반문합니다.
이런 팽팽한 논란 속에 벌써부터 남편이 리얼돌에 빠져 따로 집을 얻었다는 황당한 뉴스까지 돌고 있으니, 리얼돌은 단순한 인형이나 성 기구가 아닌 진짜 리얼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겁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룰 수 있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제대로 보게 된 이들은 이런 논란 덕을 톡톡히 본 리얼돌 판매 업체들뿐이지요.
강남역 사건, 홍대 몰카 사건, 일베, 보배드림, 미투 운동까지. 개인의 사건이 사회적 성 대결로 이어진 경우는 이미 많습니다. 누구의 승리도 될 수 없는 그저 이성에 대한 혐오감만 일으키는 사건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걸 이젠 좀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