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환자가 품위있게 죽을 권리를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렸습니다.
본인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끝내고자 한다면 의사가 이에 응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기종 기자의 보도입니다.
【 기자 】
법원이 연명치료에 의존해 온 75살 김 모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떼라고 판결했습니다.
생명권 못지않게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자기 결정권도 존중돼야 한다는 겁니다.
법원은 두 가지 판단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우선 회복가능성이 없어 치료가 무의미하고, 환자의 치료중단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환자가 75세의 고령으로 상태가 나아질 여지가 없고, 평소 가족들에게 자연스런 죽음을 맞고 싶다고 말한 점에서 치료중단의 뜻을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환자는 지난 2월 폐 조직검사를 받다가 생긴 출혈로 뇌손상을 입어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왔습니다.
하지만, 환자 본인이 아닌 가족들의 청구는 남용의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습니다.
또 이번 판결은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한정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습니다.
▶ 인터뷰 : 김명수 / 서울 서부지방법원 공보판사
- "이 판결은 소위 적극적 안락사와 모든 유형의 치료중단에 관해 다룬 것이 아니고, 지속적인 식물인간 상태에서 인공호흡기 도움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환자에 대한 것입니다."
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존엄사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해 온 만큼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에 종교계는 신중한 반응 속에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먼저 가톨릭계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인터뷰 : 박정우 신부 / 천주교 생명위원회
- "회복 불가능한 환자는 의사의 양심적 판단에 따라서 이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죽음도 삶 일부로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의 존엄, 품위에 맞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신교와 불교계는 교파와 종단별로 반응이 달랐습니다.
▶ 스탠딩 : 이기종 / 기자
- "이번 판결로 연명치료에 의존하고 있는 비슷한 환자들의 소송이 줄을 잇고 존엄사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확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이기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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