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겨누는 檢…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등 압수수색

검찰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23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8월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초점을 맞췄던 검찰이 수사 대상을 넓히는 모양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전북 전주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압수수색은 2016년 11~12월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 이후로는 처음이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KCC와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자산운용도 포함됐다. 삼성물산 지분(8.97%)을 매입한 '백기사' KCC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우호적이었다.
검찰은 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며 바이오에피스 지분 가치를 4조5000억원 부풀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분식회계가 합병에 영향을 미쳤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최대주주(11.21%)였지만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1대 0.35)에 찬성했다. 이 부회장은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삼성 계열사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었다. 2016년 국민연금은 합병 찬성에 대해 "시너지 효과와 주식가치 상승 여지 등을 재무적 투자자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성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