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이 모 씨가, 범행 당시에도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 지휘부에 보고까지 됐지만, 과학적 증거가 부족해 수사선상에서 빠졌습니다.
손하늘 기자입니다.
【 기자 】
1987년 5월 9일, 29살 여성 박 모 씨가 화성 진안리의 한 야산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됐습니다.
'화성 연쇄살인' 6차 사건이었습니다.
사건 직후 경찰은 근처에 살던 24살 청년 이 모 씨를 불러 조사했습니다.
이웃 주민들의 진술을 종합한 수사팀은 이 씨를 유력 용의자로 판단하고 경찰 지휘부에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불과 며칠만에 용의선상에서 빠졌습니다.
이 씨의 발자국이 사건 현장과 달랐던데다 혈액형이 O형이어서, 범인 혈액형을 B형이라고 추정한 수사팀이 증거 부족으로 판단한 겁니다.
이 씨는 결국 유전자 검사가 발달한 33년 뒤에야 연쇄살인의 유력 범인으로 다시 지목됐습니다.
▶ 인터뷰 : 반기수 /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
- "DNA 분석기술 발달로, 사건 발생 당시에는 DNA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최근) 현장 증거물 일부를 국과수에 DNA 감정 의뢰했습니다."
당시 잇따르던 연쇄살인은 6차 사건 직후 1년 반동안 잠잠했습니다.
이 때가 바로 이 씨가 첫 경찰 조사를 받았던 시기라는 점에서, 수사망에 포위된 이 씨가 일부러 범행을 자제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연쇄살인이 다시 시작된 뒤에도 이 씨는 2차례 더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수사망을 빠져나가 청주로 이사했고, 결국 그곳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해 붙잡혔습니다.
MBN뉴스 손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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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편집: 한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