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 아들 살해' 용의자 특정된 고유정, '결정적 증거' 없어 법정 공방 예고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의붓아들 살해 용의자로 특정됐지만, 그의 혐의를 입증할 정황 증거만 있을 뿐 결정적 증거가 없어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됩니다.

고유정이 의붓아들 의문사에 대한 경찰 수사 초기부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온 데다 '자신이 의붓아들을 살해했다'고 주장한 현 남편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청주상당경찰서는 고유정이 지난 3월 숨진 채 발견된 의붓아들 5살 A 군을 살해한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습니다.

경찰이 고유정을 의붓아들 살해 용의자로 특정한 정황 증거는 크게 2가지입니다.

경찰은 지난 7월 고씨의 현 남편 37살 B 씨 모발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받았습니다.

고유정은 지난해 11월 B 씨와의 사이에서 임신한 첫 번째 아이를 유산한 뒤 불면증을 이유로 약국에서 수면유도제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B 씨 체모에서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하는데 사용한 졸피뎀 등의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B 씨는 그동안 경찰 수사에서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한 방법과 비슷하게 수면제를 탄 음식을 먹이고 아들을 살해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경찰은 B 씨가 수면제를 처방받은 적이 없고, 아내에게 수면제를 달라고 해 복용한 적이 없다는 점을 토대로 고유정이 음식에 수면제를 몰래 타서 먹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A 군에 대한 국과수 정밀 부검에서는 이 수면제 성분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꼽은 두 번째 정황증거는 A 군이 숨진 날 새벽 고유정이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었고 살해 방법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한 휴대전화 기록입니다.

국과수 부검에서 A 군 사인은 '압착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됐습니다.

사망 추정 시각은 지난 3월 2일 오전 5시쯤으로 10분 이상 전신이 강하게 눌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과수 소견입니다.

발견 당시 A 군은 얼굴은 침대 메트리스를 향하고 있었고, 혈흔이 남아있었습니다.

경찰은 누군가 A 군의 얼굴을 메트리스로 향하게 한 뒤 압박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습니다.

고유정은 "사건 당일 남편과 아들이 자는 다른 방에서 잠을 잤으며 아침에 깨어보니 아들이 숨져 있었다"며 "왜 사망했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혐의를 부인해왔습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고유정은 사건 당일 자정쯤 아파트 커뮤니티에 아이들을 위한 풍선 아트와 페이스페인팅 놀이를 제안하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사건 당일 오전 7시쯤 휴대전화로 제주행 비행기표를 예매한 것도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이런 점을 토대로 A 군 사망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고유정의 진술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전 남편 살해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고 씨는 결정적인 증거(스모킹건)가 나오지 않는 한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며 "스모킹건이 없는 의붓아들 사망 사건의 경우는 더욱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는 마무리한 상태이며 검찰과 최종 협의를 한 뒤 언론 등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피의사실공표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공개 범위에 대해서도 현재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