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군 내 비무장지대(DMZ)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검출되면서 멧돼지를 통한 바이러스 전파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수개월 전 북한 내 돼지열병 발병을 확인하고도 북한 멧돼지 등을 통한 유입 가능성을 낮게 점쳤던 정부는 뒤늦게 유관 부처별로 '멧돼지 대응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오늘(4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2일 연천군 DMZ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폐사체 혈액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정밀 진단한 결과 돼지열병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환경부의 멧돼지 예찰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번 사례를 계기로 DMZ 내가 이미 상당 부분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멧돼지를 포함한 돼지류는 돼지열병 바이러스에 극히 미량만 노출돼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새·쥐·파리·고양이 등 야생동물들이 돼지열병에 감염된 멧돼지 사체나 배설물 등에 접촉했을 때도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습니다.
결국 살아있는 멧돼지가 철장으로 막혀 있는 DMZ를 넘나들기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하더라도, DMZ 내에 방치된 멧돼지 사체들 역시 확산의 '원흉'이 될 가능성이 있는 셈입니다.
한돈양돈연구소 대표인 정현규 박사는 "DMZ가 오염돼 있다는 것은 야생동물을 통해 바이러스가 언제든 더 남하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번에 DMZ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 역시 (야생동물을 통해 감염된) 비슷한 케이스가 아닐까 추정하는 것"이고 설명했습니다.
정 박사는 또 "가령 멧돼지 사체에 접촉한 파리 등이 제3의 돼지에 바이러스를 옮긴 경우, 실질적 원인은 멧돼지이지만 기록상으로는 '파리'로 오르게 된다"며 "이런 이유로 공식 기록은 적더라도, 멧돼지에 대한 위험성을 크게 보는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야생동물을 관리하는 환경부는 이런 가능성은 배제한 채 여전히 '살아있는 멧돼지를 통한 유입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만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접경지의 멧돼지 서식현황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에 연천 DMZ에서 감염 사체가 발견됐을 때도 "우리 측 남방한계선 일대 철책에는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구축돼 DMZ 내 멧돼지 등의 남측 이동이 차단돼 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이에 비해 방역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대책은 상대적으로 농가에서 사육하는 '집돼지 잡기'에만 집중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실제 농식품부는 전날까지도 경기도 파주·김포 내 농가의 모든 돼지를 대상으로 수매 혹은 살처분한다는 초강수 대응책을 내놨지만, 야생 멧돼지에 대해선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오늘(4일) 브리핑에서 이같은 지적에 "나름대로는 관계부처 간 협력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면서도 "그간은 (접경지 야생멧돼지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지만 양성으로 나왔으니 그 부분 대책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추가 대책 필요성을 시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접경지에 대한 대대적 소독 실시와 국방부와 공동으로 현재 46개인 '방역코스'를 22개 추가해 군인 및 차량 등에 대한 집중 소독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DMZ 내 감염 폐사체 발견을 계기로 북한과의 방역협력 필요성도 거듭 제기되고 있습니다.
DMZ는 남북한이 아닌 유엔사 관할이어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남북 모두에게 골칫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멧돼지 사이에서 돼지열병이 만연할 경우 사실상 일일이
통일부 관계자는 DMZ 내 남북 간 공동조사 필요성 검토 여부 등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5월 북한에서 돼지열병 발생 이후 정부가 두차례 방역협력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북측의 반응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