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등 14건의 살인사건과 30여건의 성범죄를 자백한 이춘재(56)가 모방범죄로 결론이 났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8차 강간·살인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차 사건은 지난 1988년 윤모씨(당시 22세)가 범인으로 지목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사건이다. 이후 윤씨는 징역 20년으로 감형돼 청주교도소에서 복역하다 2010년 5월 출소했다. 옥중 인터뷰에서 윤씨는 8차 사건은 자신의 범행이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어 이춘재의 이같은 주장에 대한 신빙성이 논란이 될 전망이다.
4일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이춘재는 모방범죄로 밝혀져 범인까지 검거됐던 화성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한 주택에서 박모양(13)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이듬해 윤씨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경찰이 8차 사건 진범으로 윤씨를 잡은 뒤 모방범죄로 판단한 결정적인 근거는 범죄 현장에서 발견한 음모 때문이다. 경찰은 범행 현장 인근 철공소 등을 돌며 일하던 수백명의 사람들의 음모를 뽑았는데, 그 결과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와 윤씨의 것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춘재가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동안 이춘재가 대면조사에서 털어놓은 자백을 포함해 모든 조사 내용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만약 이춘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과거 화성 8차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물론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사법부까지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몰아 처벌한 것이 돼 상당한 후폭풍이 일 수 있다. 실제로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수감생활을 한 윤씨는 2003년 5월 한 언론과의 옥중인터뷰에서 "피살자 오빠와는 친구 사이였지만 여동생을 본 적이 없고, 8차 살인 사건이라는 것도 내가 한 일이 아니다"며 억울해 했다. 당시 그는 언론에 "이미 지나간 일을 구구절절 묘사하기는 싫다. 나처럼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놈이 어디다 하소연 하나. 그때 나는 국선 변호인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억울하다"고 했다.
반대로 이춘재의 주장이 거짓이라면 그동안 면담조사에서 털어놓은 14건의 살인 사건과 30여건의 성범죄 자백도 신뢰성이 떨어져 수사는 다시 미궁에 빠질수 있다.
이춘재가 8차 사건 범행 당사자로 주장하고 나선데 대해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춘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마지막으로 다 털어놓고 가야겠다는 심리가 작용했을 수 있고, 만약 거짓말이라면 '그냥 내가 다 했다'는 식으로 나왔을 수 있다"면서 "이춘재 주장에만 의존해서는 안되고 8차 사건
[수원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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