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ASMR이 담긴 먹방을 보며 힐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 출처 = 홍 사운드 유튜브 캡처] |
얼마 남지 않은 중간고사를 위해 새벽까지 공부한 대학생 이 모씨(23)는 침대에 누워 바로 자지 않고 먹방 유튜브 채널 '홍 사운드(HONG SOUND)'를 시청했다. 홍 사운드는 'ASMR 먹방'으로 인기를 끌며 142만 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씨는 "먹방을 통해 포만감을 느끼며 대리만족하고 있다"며 "고화질 화면에 생생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 자체가 힐링"이라고 말했다.
구독자 74만 여 명을 보유한 '입짧은햇님'과 구독자 24만여 명을 보유한 '새벽식당' 등도 익살스러운 표정과 실시간 소통을 통해 대표적인 먹방 유튜브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구독자들은 '먹는 모습이 귀엽다', '다른 음식도 먹어달라' 등의 댓글을 달며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 브이로그를 통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삶을 들여다보는 대리만족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출처 = 킴변 유튜브 캡처] |
우후죽순 쏟아지는 브이로그 콘텐츠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확고한 캐릭터다. '유진(Youjin)'은 미국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학생의 브이로그로 구독자 42만 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 구독자의 대부분은 국내 과열된 입시 경쟁에 지친 또래로 자신이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문화에 호응을 보내고 있다. 구독자 중 한명은 한국 고등학생의 현실이라며 학교 시간표를 댓글에 남겨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밖에도 각각 구독자 12만 여 명을 보유한 의대생 브이로그 '수야_mi_SUYA'와 변호사 브이로그 '킴변(KIMBYUN)' 등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는 직군이나 회사,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브이로그가 인기다. 한 구독자는 "일하고 싶은 직군의 영상을 보면 부러우면서도 동기부여가 커져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삶의 현실적 제약 등을 대리만족 콘텐츠로 해소하는 것은 좋지만 자신과 타인을 맹목적으로 비교하는 마음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영상은 제작자를 모두 담고 있는 것 같지만 편집과정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몰입을 피하고 구독하는 채널의 영상이 협찬 등을 이용한 광고가 아닌지 살펴봐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튜브 관계자는 "대리만족을 충족시켜주는 문화가 생겨나면서 현실과 유사한 감각을 느끼도록 해주는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등의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면서도 "영상 속 타인의 의도된 컨셉과 일상에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세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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