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동물을 보려면 멀리 갈 필요가 없습니다.
대형 쇼핑몰들에 실내 동물원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우리야 좋은데, 실내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괜찮은 걸까요?
홍주환 기자의 리포트를 보고 판단해 보시죠.
【 기자 】
땅을 파는 게 습성인 미어캣이 모래는커녕 햇볕도 바람도 없는 콘크리트 방 안에 갇혀 있습니다.
다른 동물들은 누구나 만질 수 있게 놓여 있고, 멸종위기종인 '알다브라 코끼리 거북' 옆에는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아이들로 가득합니다.
▶ 인터뷰 : 실내 체험동물원 직원
- "멸종위기라고 하던데, 몇 급이라고요?"
- "2급입니다."
최근 대형 쇼핑몰을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는 실내 체험형 동물원의 모습입니다.
서울 타임스퀘어, 일산 빅마켓, 부산 홈플러스 센텀시티 등 전국에 벌써 8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실내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의미 없는 행동을 계속 하는 '정형 행동'처럼 정신 이상증세를 보이는 동물도 많습니다.
▶ 인터뷰 : 최태규 / 수의사
- "답답한 감정, 좌절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나오는…. 야생동물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에 넣어놓고…. 분명히 동물 학대라고 생각하고요."
동물들을 돌봐야 하는 사육사를 뽑을 때도 최소요건이 없어 전문성도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인터뷰 : 실내 체험동물원 관계자
- "사육사 하려면, 거기서 요구하는 자격증이나 이런 게 있나요."
- "특별한 건 없어요. 경력이 있거나 그러면 조금 이점이 있겠죠?"
상황이 이렇지만 모두 불법이 아닙니다.
현재 동물원 관리법에는 '동물의 특성에 맞는 적정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만 적혀 있을 뿐 어떤 세부기준도 없는 탓입니다.
▶ 인터뷰 : 이형주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 "최소요건만 갖추면 누구라도 동물원을 지자체에 등록해 운영할 수 있는…. 평가할 수 있는 제도나 절차가 전혀 없는 상황이에요."
동물원 개장을 허가제로 바꾸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국회에선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잠시나마 힐링을 안겨주는 실내 동물원 속 동물들, 이들은 그 즐거움만큼 고통 속에 놓여 있을지 모릅니다.
MBN뉴스 홍주환입니다. [thehong@mbn.co.kr]
영상취재 : 김영호 기자
영상편집 : 이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