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집에서 왕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늘어난다. 왕진 수가 시범사업을 통해 재택의료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30일 보건복지부는 그같은 내용으로 골자로 한 올해 제2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었다.
우선 왕진의 경우 지난해 말 국민건강보험법 안에 방문요양급여 조항이 신설됨에 따라 왕진 근거가 마련됐고 이번에 시범사업안이 확정됐다. 현재 건강보험은 의료기관 내 입원과 외래 위주로 제도가 설계돼 환자가 의료기관 밖에서는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에 복지부는 재택의료 지원제도를 체계화해 노인과 중증환자 등 거동불편자의 의료접근성을 개선하기로 했다.
일단 왕진료 시범수가를 1회당 8만~11만5000원으로 산정한 뒤 환자는 해당 시범수가의 30%만 부담하면 되도록 했다. 가정간호관리료를 상향 조정해 집에 있는 환자에게 내실 있는 가정간호가 제공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불필요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적정 제공횟수와 수가 차등·감산 기준도 마련할 예정이다.
건강보험 혜택도 늘어난다. 오는 12월 1일부터 인지장애나 암 질환, 난임치료 등에 건보가 적용된다. 파킨슨병의 진단·치료를 위한 레보도파경구 투여 후 반응검사와 뇌혈관질환·뇌성마비·정신질환 등 인지장애를 진단하기 위한 신경인지검사 35종에 대해 보험이 적용돼 환자들의 부담이 줄게 된다.
특히 신경인지검사는 2017년 7월부터 치매 진단에 필요한 검사를 급여화했고 이번에는 치매 외에 남아있던 비급여 검사를 급여화하는 것이다. 아울러 난임 여성의 난소 기능을 확인하기 위한 항뮬러관호르몬 검사, 고주파 전류를 이용해 자궁 내 출혈을 치료하는 재료 등에도 건보 혜택이 주어진다.
이번 보험 적용 확대에 따라 310억원의 비급여 부담이 해소될 전망이다. 기존에 환자가 전액 부담하던 검사비와 소모품 비용은 최대 10분의1까지 줄어들 예정이다. 레보도파경구 투여 후 반응검사의 경우 기존 비급여 비용 7만5000원 대신 건보 적용으로 7000원만 내면 된다. 신경인지검사비도 3만~25만원에서 1만4000~14만원으로 줄어들고 항뮬러관호르몬 검사비는 6만8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떨어진다.
신규 약물이 급여화된 사례도 있다. 난소암 치료제 '제줄라캡슐'(한국다케다제약)과 만성신장질환자의 혈청 인(원소기호 P) 조절에 사용하는 '벨포로츄어블정'(프레제니우스메디컬코리아), 불면증 치료제 '조피스타정'(휴온스)을 건보 혜택에 따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제쥴라캡슐의 비급여 시 하루 투약비용이 15만2800원이었지만 건보 적용으로 7640만 내면 된다.
정신응급 환자 발생 시 초기 집중치료부터 지속치료 지원까지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정신질환자 지속치료 지원 건강보험 시범사업도 추진된다.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응급환자를 24시간 진료할 수 있는 정신응급의료기관이 지정되고 정신질환자가 퇴원 후에도 의사나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으로 구성된 팀을 통해 일정 기간 방문상담을 받는 길이 열린다. 특히 낮 병동 관리료 시범사업을 통해 정신질환자가 입원하지 않고도
진료비 부담이 높은 희귀 난치질환자의 본인부담률을 줄여주는 산정특례 대상 질환도 스틸병(원인 불명 염증질화) 등 91개가 추가됐다. 산정특례 질환에 대한 환자 본인부담률은 적용 전 입원 20%, 외래 30%~60%에서 적용 후 입원·외래 모두 10%로 줄어든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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