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학생부 종합전형(학종) 합격률이 특수목적고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일반고 순으로 서열화돼 있다는 사실이 교육부 조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2007년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돼 학종으로 발전한 지 12년 만에 처음으로 진행된 실태조사에서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특목고의 학종 합격률이 일반고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고 학생은 학종에서 1.5등급 이내가 합격했으나 자사고·특목고는 2.5등급 안팎의 학생이 합격하는 경향이 나타남에 따라 교육부는 주요 대학이 과거 고교별 대학 진학실적 등을 이용해 편법으로 신입생을 선발한 것이 아닌지 추가 조사할 방침입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오늘(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6∼2019학년도 4년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총 13개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교육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의혹을 계기로 입시 제도 불공정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학종 선발 비율이 높으면서 특목고나 자사고와 같은 특정학교 출신 선발이 많은 전국 13개 대학을 뽑아 지난달 학종 실태 조사를 벌였습니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포항공대, 춘천교대, 한국교원대, 홍익대 등 13개 대학으로부터 2016∼2019학년도 총 202만여건의 전형자료를 받아 분석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교육부는 대학 측이 현행 입시 제도에서 금지된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사실을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고착화된 고교 유형별 서열구조를 밝혀냈습니다.
13개 대학의 학종 고교 유형별 합격률을 살펴보면 과고·영재고가 26.1%로 가장 높았습니다.
과고와 함께 특수목적고인 외고·국제고가 13.9%, 자사고가 10.2%, 일반고는 9.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과고·영재고 학종 합격률이 일반고의 2.9배나 됐습니다.
지원자 내신 등급을 보면 '일반고>자사고>외고·국제고>과학고' 순으로 등급이 높았으나, 합격자 비율은 역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고는 평균 2등급 정도의 학생이 지원해 1.5등급 이내 학생이 합격하는데, 자사고·특목고는 평균 3.0∼3.5등급의 학생이 지원해 2.5등급 안팎의 학생이 합격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학종 선발시 (학교에 등급을 매겨 학생을 평가하는)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느냐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차관은 "대학별 내신등급을 분석한 결과 과학고, 외고·국제고, 자사고, 일반고 순의 서열화된 고교체제가 지원부터 합격, 등록에 이르기까지 학종 전형의 전 과정에서 일관되게 나타나, 특정고교 유형이 우대받을 수 있는 정황을 확인했다"면서 "학종이 '깜깜이 전형'이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지적처럼 평가요소와 배점도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고교 소재지별로도 서울 고교 학생 수는 전국에서 17.2%를 차지했으나 합격자 비중은 학종에서 27.4%, 수능에서 37.8%로 학생 수와 비교했을 때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학종과 수능 중에 서울은 수능에 강세를 보이지만, 광역시와 읍·면은 학종에 비교적 강세를 보이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고교 비평준화가 일부 있는 중소도시는 수능에 조금 더 강세를 보였습니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에서 일부 고교가 편법으로 과거 졸업자 대학진학실적이나 학생 어학 성적 등을 제공한 사실도 찾아냈습니다.
아울러 자기소개서, 추천서에서는 기재가 금지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드러나는 내용이 들어가는 등 위반 사항이 366건 발견됐고 자소서에서도 표절로 추정되는 경우가 228건 있었습니다.
특기자 전형에서 어학 능력 등을 자격·평가요소로 설정해 특정 고교 학생이 일부 계열에서 합격자의 70%를 차지하는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국가보훈대상자, 지역인재, 농어촌학생,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한 고른기회 특별전형은 총 등록 인원 기준 8.3%로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교육부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교 정보 제공방식을 개선하고 학부모 영향력을 최소화하도록 자소서 등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실태조사에서 추가로 확인할 사항들은 추가 감사를 진행하고 학생부종합전형 운영 가이드라인 내실화 등 제도개선도 추진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