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신체를 몰래 찍은 남성이 최근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논란이 일었죠.
비슷한 일이 또 발생했습니다. 한 소셜커머스 업체 배송 직원이 거리의 여성들을 몰래 촬영해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이 불법촬영죄 적용이 어렵다고 본 겁니다.
'특정 부위'를 부각해서 찍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김보미 기자가 단독으로 전해드립니다.
【 기자 】
한 단체 카톡방에 올라와 있는 여성들의 사진들입니다.
모두 거리를 지나가는 여성들의 사진인데, 사진 밑에는 여성들을 향한 성희롱적 발언들도 적혀 있습니다.
한 유명 소셜커머스 배송직원이 회사 동료들이 있는 단체 카톡방에서 나눈 대화입니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배송하러 다니면서 여성들을 무차별적으로 촬영하고 SNS에서 성희롱을 한 겁니다.
하지만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불법촬영죄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특정 부위'를 찍은 게 아니고 '멀리서' 촬영했다는 이유였습니다.
결국 경찰은 성희롱 죄만 적용해 수사를 진행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는 시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엄나경 / 서울 중계동
- "사진 같은 경우는 얼마든지 확대해서 볼 수 있는 거고, 사실 수치심을 느꼈다 안 느꼈다는피해자가 판단할 이야기라고 생각…."
지난달 28일에도 레깅스를 입은 여성을 몰래 촬영한 남성이 1심에서는 유죄를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현행법은 카메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경우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해자의 옷차림과 노출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결을 해왔습니다.
이러다보니 사람에 따라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촬영물에 대한 기준은 매번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김혜정 /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심한 사진 안 심한 사진을 임의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타인에게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 같은 것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법망을 피해가는 불법촬영 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MBN뉴스 김보미입니다. [spring@mbn.co.kr]
영상취재 : 김현석 기자, 현기혁 VJ
영상편집 : 송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