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동일한 사건에 대한 두 사람의 진술은 크게 피해자의 집 침입 경위와 범행 수법, 피해자의 모습 묘사 등에서 차이가 있다.
16일 윤 씨의 재심을 돕는 박준영 변호사와 법무법인 다산 측이 제공한 윤 씨가 당시 작성한 진술서에서 윤 씨는 범행 당시 피해자인 박모 양(당시 13세)의 집 주변 담의 윗부분을 한 손으로 잡고 발을 올리는 방식으로 넘어 집 안으로 침입한 뒤 범행 후 동일한 방식으로 빠져나왔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가 불편한 윤 씨가 이런 방식으로 담을 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당시 윤 씨의 현장검증 과정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현재 남아있지 않지만, 일부 남은 사진 등을 살펴보면 윤 씨는 범행 과정을 제대로 재현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윤 씨 변호인 측 입장이다.
이춘재는 지난 9월 자백할 당시 "대문이 열려 있어 대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갔다가 대문으로 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수법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진술은 엇갈린다.
윤 씨는 방 안에서 자고 있던 박 양의 입을 왼손으로 막고 오른손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이밖에 다른 설명은 없어 맨손으로 목을 졸랐다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경찰은 전날 해당 사건 중간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통해 "피해자 목에 난 상처 사진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상처는 맨손이 아닌, 천에 의한 쓸림 현상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국과수의 감정 결과는 이춘재의 자백과 일치한다.
이춘재는 신고 있던 양말을 벗어 손에 착용한 상태로 목을 졸랐다고 설명했다.
박 양의 뒤집어진 속옷 하의에 대한 두 사람의 진술도 경찰이 이 사건 진범을 이춘재로 판단하는 데 주요 근거가 됐다.
박 양은 속옷 하의를 뒤집어 입은 채로 발견됐는데 "속옷을 무릎까지 내린 상태에서 성폭행하고 다시 올려서 입혔다"는 윤 씨의 과거 자백대로라면 박 양은 처음부터 속옷을 뒤집어 입고 자고 있었다는 것이 된다.
이와 달리 이춘재는 박 양의 속옷을 완전히 벗긴 채 범행하고 새 속옷을 다시 입혔으며, 원래 입고 있던 속옷은 주변을 닦은 뒤 밖으로 가지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경찰 측은 "중학생인 피해자가 속옷을 거꾸로 입었을 가능성보다 이 사건 피의자가 다른 속옷을 입히는 과정에서 거꾸로 입혔을 가능성이 커 윤 씨보다 피의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윤 씨의 자백을 담은 진술서에는 박 양의 신체적 특징이 따로 적혀있지 않지만, 이춘재는 2차 성징 여부와 머리 길이 등 신체적 특징을 언급했고 이는 사실과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주요 대목에서 엇갈리는 윤 씨와 이춘재의 자백을 비교 분석해 이 사건의 진범을 이춘재로 사실상 특정했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 양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이듬해 7월 윤 씨를 범인으
재판에 넘겨진 윤 씨는 같은 해 10월 수원지법에서 검찰 구형대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도 형이 확정돼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윤 씨는 이달 13일 수원지방법원에 해당 사건 재심을 청구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설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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