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 보안사령부(기무사)가 개입하려 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드러났습니다.
오늘(5일) 대안신당 최경환 의원이 공개한 보안사 생산 5·18 관련 자료에 따르면 민간정보를 다뤘던 보안사 2처는 '5·18 관련 정치 드라마 제작 추진에 대한 우려 여론'이라는 문건을 작성했습니다.
1995년 11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에는 당시 제4공화국 등 정치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방송사가 예정에 없던 5·18 내용을 드라마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두고 보안사는 '김대중 납치사건', '김형욱 실종사건' 등 일부 사건의 진상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제작진의 일방적인 시각으로 과장·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5·18의 경우 10·26이나 12·12 사건과 달리 지역감정이 심화할 수 있고, 정치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전두환 비자금 사건과 5·18 관련자 처벌 주장 등 당시 군에 부정적인 국민 정서와 방송사의 시청률 경쟁 등을 언급하며 "계엄군의 무자비한 진압 장면을 부각하는 등 군을 악의적으로 매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에 따라 보안사는 공보처 등 관계 당국이 방송사 경영진을 통해 드라마 내용을 순화하도록 유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5·18을 소재로 제작한 영화 '꽃잎' 역시 보안사의 감시 대상이었습니다.
보안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꽃잎 제작자를 자택으로 불러 "역사의 진실을 밝힌다는 사명감을 갖고 영화를 만들어 달라"며 제작에 관심을 보였다는 동향을 파악해 보고했습니다.
또 이 영화가 개봉하면 20~30대 청년층에게 표를 제공해 5·18문제를 부각, 총선에 활용한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건전 식자층'에서는 이 영화가 상영되면 국가 공권력과 군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5·18민주항쟁동지회와 5·18기념재단 등이 공동으로 제작을 추진한 영화 '그 이름 5·18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에 대해서도 "지휘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보안사는 일부 언론계 인사와 예비역 장병들의 말을 인용해 "지금까지 소개된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군을 악의적으로 매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계획대로 추진될
이와 관련해 5·18 단체 관계자는 "5·18민주화운동이 끝난 뒤에도 군은 끊임없이 5·18이 알려지는 것을 막아왔다"며 "보안사 문건 공개가 진상규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