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위법 논란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캐롤송이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길거리에서 자주 들릴 것으로 보인다.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음악이나 영상물을 무료로 재생할 수 있도록 한 저작권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관중으로부터 반대급부를 받지 않은 경우 상업용 목적으로 공표된 음반 또는 영상저작물을 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저작권법 29조2항에 대한 위헌심판 청구에 대해 재판관 5대3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헌재는 "공연 대가를 받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이 상업용 음반 등을 재생하는 공연을 통해 공중이 누리게 될 문화적 공익보다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헌재 결정 이후 찾은 명동의 한 소규모 제과점 직원은 "음원사이트에서 인기가 높은 노래 위주로 재생하고 있다"며 "저작권과 관련한 논란이 있어 걱정이 많았는데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으니 이제 걱정없이 틀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해 음악과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4개 협회는 매장에서 음악과 영상물을 고객 상대로 틀어준 A업체가 저작권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 이같은 송출을 허용하는 저작권법 29조2항이 위헌이라며 위헌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이 조항은 재산권의 박탈 또는 제한을 규정한 것임에도 정당한 보상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아 헌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또 "공연자가 직접 공연하는 것과 재생을 통해 공연하는 것을 합리적 이유없이 다르게 취급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저작권법 시행령에서 정한 예외 사유에 해당되면 저작재산권자 등이 상업용 음반 등에 관한 권리를 여전히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재산권과 공중의 문화적 혜택 향유라는 공익이 조화롭게 달성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상업용 음반 등이 널리 알려짐으로써 판매량이 증가하는 등 간접적인 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저작권법 29조2항은 국민들이 공공장소에서 음악과 영상물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 문화접근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저작권자에 대한 재산권 침해 논란이 커지면서 이 조항은 그대로 둔 채 시행령을 통해 '예외 사유'를 늘리는 방향으로 보완이 이뤄졌다. 저작권법 시행령 11조에 따르면 유흥주점, 경마장, 골프장, 항공기, 호텔, 대형마트 등에서는 저작권료를 지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는 커피전문점, 생맥주전문점, 체력단련장이 새로 추가됐다. 현재 주점업과 음료점업은 월 2000원에서 1만원, 체력단련장은 월 5700원에서 2만9800원, 복합쇼핑몰과 대규모 점포는 월 8만원에서 130만원 등의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길거리나 50㎡ 이하 소규모 커피숍, 생맥주전문점, 3,000㎡ 이하의 쇼핑몰, 마트 등에서는 여전히 무료로 음악, 영상 송출을 허용하고 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예외 사유를 확대해 재산권 침해 가능성을 줄이려는 것이 최근 추세지만 이번 헌재 결정은 길거리 등에서 울려퍼지는 음악이 주는 사회 분위기 전환 등 공익적 효과를 절충해서 살펴봐야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저작권법 29조2항과 유사한 법률 조항을 찾아보기 어렵고 무료 송출로 기대되는 판매량 증가 효과 등도 추상적이어서 저작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저작권법 29조2항과 같은 입법례를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며 유사한 조항을 갖고 있던 일본도 1999년 삭제했다"고 밝혔다. 또 "무료 송출로 인해 판매량이 증가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불확정적이며 그 편차도 저작권자 별로 매
한국저작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매장에서 음악을 사용하는 영업장을 위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 자신의 영업장이 저작권료 납부대상인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납부대상인 경우 음악 저작권 4개 단체와 일괄 이용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박승철 기자 / 박윤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