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노동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미소를 짓는 등 감정노동을 못 한다는 이유로 일터에서 혼난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일부 청소년은 일터에서 폭력이나 성추행에도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청소년 노동조합인 청소년유니온은 오늘(26일)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누구나(nuguna)에서 감정노동을 경험한 만 15∼18세 청소년 노동자 252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61.9%는 일터에서 고객·상사·동료로부터 웃음, 친절 등의 감정노동을 '매우 많이' 또는 '많이' 요구받는다고 답했습니다.
또 응답자 중 58.3%는 감정노동을 못 한다는 이유로 주의(혼남) 조치를 받은 적이 있고, 6.8%는 폭언이나 임금삭감, 해고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노동 상황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묻는 주관식 질문에는 대체로 '참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 가운데 상당수(52.8%)는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소년 노동자 10명을 상대로 이뤄진 심층 인터뷰에서도 이들이 일터에서 겪는 고충이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다짜고짜 햄버거 봉지를 던진 고객에게 연신 죄송하다고 해야 했던 경험이나, 식당 손님이 팁을 주면서 신체 부위를 만지고 과일을 깎아달라고 요구했던 일 등을 털어놨습니다.
청소년유니온은 "청소년들은 미성년자란 이유로 '모두가 가르칠 수 있는,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취급당하곤 한다"며 "손님의 부당한 요구
이어 "누군가는 청소년의 노동 현실을 두고 너무나 쉽게 '일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고 하지만 당사자에겐 일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조건이 존재한다"면서 청소년 노동자를 위한 노동인권 교육과 감정노동자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