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나와 똑같이 사회생활을 하고, 요리도 곧잘 해주던, 내 의사를 존중해주던 그 사람, 내 남편은 말 그대로 남의 편. 시대가 변해도 명절에 며느리가 느끼는 고충은 여전합니다. 아무리 당당한 커리어우먼이라 할지라도 그때만 되면 어쩔 수 없이 며느리가 되니까요.
물론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긴 합니다. '이번 명절엔 친정부터 가자', '내 부모님 만나러 가는데 왜 시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하나', '요리는 왜 여자만 하나'. 1990년대에 태어나 페미니즘과 성 의식이 제법 성숙해진 이들은 이젠 며느리보단 한 사람으로 당당히 자기주장을 말하고 있습니다. 남편한테 말이죠.
문제는 딱 거기까지란 겁니다. 세대가 바뀌면서 여성들의 생각은 변했지만, 남성들의, 남편들의 생각은 부인들이바라는 만큼까지 바뀌지 않고 있거든요. 그러니 명절만 되면 아내도, 남편도 이런저런 걱정에 피로까지 겹쳐 오죽하면, 연휴 하루당 60명이 심정지로 쓰러졌다는 통계까지 나왔을까요.
남자가 다 문제라는 건 아닙니다. 명절, 제사 문화가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그걸 개선하기 위해선 남성들의 의지가 필요하단 겁니다. 그렇다고 조상에 대한 예의가, 우리 사회가 거꾸로 가는 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