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한국예탁결제원] |
31일 한국예탁결제원(이하, 예탁원)과 예탁원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30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아 정식으로 예탁원 사장에 오른 이명호 사장은 오전 9시경 부산 본사 사옥으로 첫 출근을 시도했지만 노조의 출근저지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노조원 30여명은 부산 본사 사옥 입구에서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며 출근을 저지했고, 10여분 간 대치한 끝에 이 사장은 출근을 접고 되돌아갔다고 알려졌다.
앞서 예탁원 노조는 지난 29일 열린 임시주총서 이 사장이 선임되자, 리더십 검증을 위해 전체 직원들과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이에 이 사장과 사측은 토론회와 노사간 대화에 임하겠다고 밝혔고 당초 31일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사측은 노조 측이 토론회 개최를 위한 몇 가지 추가적인 요청사항을 요구해 왔고 그에 따른 협의 과정이 지연되면서 토론회가 무산됐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 측은 "토론회 전 예탁원에 산적한 현안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과 로드맵을 이 사장이 먼저 내놓아야 한다"면서 "신임 사장의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내용이 없다면 무의미한 토론회를 열 수는 없고 계속 출근저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설립 이래 46년 동안 예탁원은 단 한 차례도 내부 출신 사장이 오른 적이 없다. 이명호 사장은 행정고시 33회 출신으로 금융위원회에서 증권감독과장, 자본시장과장, 행정인사과장, 자본시장조사 심의관 등을 역임했다. 전임 예탁원 사장인 이병래 사장도 금융위 고위 공무원 출신인 것과 마찬가지다.
이날 노조가 강조한 노사간 협상 및 토론회 안건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시중은행 수준으로 명예퇴직·희망퇴직 등 인사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직원 고령화에 따른 미묘한 내부 갈등 등이 노조 측 요구사항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둘째는 서울·부산 복수 전무이사제 도입이다. 예탁원은 지난 2014년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함에 따라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 낭비는 물론 일부 직원들은 주거 문제를 겪어 왔다.
셋째는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이다. 앞서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던 기업은행 노조에서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을 전제로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정식 취임을 인정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금융위 산하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금융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 가운데 하나가 '노동이사제'이기도 했다.
제해문 노조위원장은 "우리가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 이유는 조직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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