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로 식물인간…"병원 65% 책임"

【 앵커멘트 】
개인 병원에서 마취 주사를 맞았다가 식물인간이 됐다면 병원이 65%의 책임을 부담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입증 책임도 병원이 지는 것으로 판단했는데, 마취 사고에 대한 손해 배상 책임의 기준이 될 전망입니다.
김경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평소 날씬한 다리를 갖고 싶었던 22살 이 모 씨는 지난 2007년 9월 서울에 있는 한 성형외과를 찾았습니다.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처럼 퍼지는 종아리 성형, 이른바 종아리 축소술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수술에 들어간 이 씨에게 경련과 함께 심장박동수가 급격히 올라가는 부작용이 나타난 시점은 부분 마취 주사를 맞은 직후.

이 씨는 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주사의 독성 때문에 결국 식물인간이 됐습니다.

가족들은 성형외과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도 병원의 과실이 인정된다며 3억 9천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8부는 이 씨가 독성에 중독된 증상을 보였던 만큼 병원 측이 입증 책임을 진다고 밝혔습니다.

▶ 인터뷰 : 홍준호 / 서울중앙지법 공보판사
- "마취가 적정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조치와 부작용에 대처하는 과정이 적절했다는 점을 병원 측이 입증하지 못한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가 종합 병원이 아닌 개인 병원이기 때문에 부작용에 적절히 대처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병원의 책임을 65%로 제한했습니다.

▶ 스탠딩 : 김경기 / 기자
- "각종 마취 사고로 인한 의료 분쟁이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병원 측에 상당한 책임을 물은 법원의 이번 판결은 그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김경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