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구축한 '반(反) 조원태 연합군'을 향해 '투트랙'으로 반격에 나섰습니다.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보여 온 호텔·레저 부문을 대거 정리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안과 지배구조 개선책을 내놓는 동시에 '우한 전세기' 동승 소감을 밝히며 우호 여론 조성에 나선 것입니다.
오늘(7일) 재계와 한진그룹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은 전날 대한항공 이사회와 이날 한진칼 이사회를 잇달아 소집해 그룹 내 '조현아 흔적 지우기'를 사실상 공식화했습니다.
전날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의 연내 매각을 추진하기로 한데 이어 이날 칼호텔네트워크가 소유하고 있는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도 매각하기로 한 것입니다.
한진그룹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윌셔그랜드센터와 인천에 있는 그랜드 하얏트 인천도 당장 정리에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추후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해 구조 조정 등에 나설 예정입니다.
그룹 내 호텔·레저 사업을 전면 개편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조 전 부사장의 그룹 복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 회항' 사태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칼호텔네트워크와 왕산레저개발 대표이사 등을 맡으며 그룹의 호텔·레저 사업을 총괄했습니다.
대한항공의 숙원 사업이었던 송현동 부지에 '7성급 한옥 호텔'을 건립하는 사안은 끝내 무산되기는 했지만 당시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였던 조 전 부사장이 사실상 진두지휘했습니다. 왕산레저개발 역시 조 전 부사장이 설립 당시부터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의 흔적을 사실상 지우는 동시에 이들 사업이 '만년 적자'였음을 강조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능력에 책임을 묻는 셈입니다.
송현동 부지 매각과 왕산레저개발 정리 등은 이미 KCGI가 요구해왔던 내용인 만큼 주총을 앞두고 명분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이기도 합니다.
또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통해 주주가치의 제고가 필요하다는 '연합군'의 공격에 맞서 한진칼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의 분리, 거버넌스위원회 설치 등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면서 국민연금 등의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 회장은 이날 대한항공 사내 소통광장에 '우한 전세기' 동승 과정과 소감 등을 솔직히 밝힌 글을 올리며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섰습니다.
조 회장은 글에서 "승무원들은 위험을 알면서도 자원했고 저도 그 승무원들과 함께 하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며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 숨쉬기도 힘들었을 승무원을 지켜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같이 있을 수 있어 마음은 편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또 우한총영사관의 한 영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조 회장에 대해 "밥숟가락을 얹었다"며 비난 글을 올렸다가 사과한 일을 언급하며 "처음에는 서운했지만 위험을 알고도 자원해 준 우리 승무원, 정비사, 운송직원을 위해 탑승한 기본 취지를 생각하면서 그냥 웃어넘기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조 회장은 현재 누나와 진행 중인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우한 전세기' 동승에 대해서만 배경과 소감 등을 털어놓았습니다.
조 회장은 또 "국가가 필요할 때 우리를 불러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그 부름에 우리는 응했고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했다"며 고생한 직원들을 격려했습니다.
일각에서 '민폐'라고 지적받은 '전세기 동승'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한 글이지만, 사내이사 재연임과 총수 일가의 명운이 달린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그룹 최고경영자(CEO)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재차 강조하며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이날 조 회장의 글에는 "직원만 험지로 가게 하는 게 아닌 함께 고통을 나누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국가적으로나 회사를 위해서나 아주 큰 일을 했다" 등
조 회장의 '투트랙' 반격이 연이틀 이어진 가운데 조 전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도 오는 14일 이전에 주주제안을 내놓을 방침입니다.
이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양측의 공방과 여론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