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배경인 한국의 '반지하' 주택이 외신을 통해 새롭게 조명되고 있습니다.
햇빛도 잘 들지 않는 반지하 주택의 역사적 연원을 따져 들어가는가 하면, 실제로 반지하 주택을 찾아가 거주자들을 인터뷰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국 공영방송인 BBC는 영화 기생충의 쾌거를 계기로 '서울의 반지하에 사는 진짜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르포' 기사를 현지시간 10일 실었습니다. 이 기사에는 실제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의 인터뷰는 물론 생생한 사진도 곁들여 이해를 도왔습니다.
BBC는 "영화 기생충은 허구의 작품이지만 반지하는 그렇지 않다"며 "한국의 수도 서울에 있는 수천 명의 사람이 여기에서 산다"고 소개했습니다.
"빛이 거의 없어 다육식물도 살기 힘들고 사람들은 창문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10대들은 그 앞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땅에 침을 뱉는다. 여름에는 참기 힘든 습기와 빨리 퍼지는 곰팡이와 싸운다."
30대 초반 오기철 씨가 사는 반지하 주택을 묘사한 글입니다.
하지만 서울에서의 반지하는 수천 명의 젊은이가 열심히 일하고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면서 살아가는 곳이라고 BBC는 설명했습니다.
특히 반지하 주택이 한국 건축의 우연이 아니라 '남북 갈등의 역사'를 그 기원이라고 BBC는 설명했습니다.
BBC는 1968년 북한의 청와대 습격 사건 등을 계기로 고조된 남북 간 긴장 속에서 한국 정부가 1970년 건축법을 개정해 국가 비상사태 시 모든 신축 저층 아파트의 지하를 벙커로 사용할 것을 의무화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런 반지하 공간을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임대하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1980년대 주택 위기가 찾아오면서 정부는 이 공간을 거주 시설로 합법화했습니다.
반지하가 치솟는 집값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됐다는 것입니다.
일부 반지하 거주자들은 가난하다는 사회적 오명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BBC는 말합니다.
오씨는 "한국에서는 멋진 차나 집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여겨지고 반지하는 가난을 상징한다"며 "내가 사는 곳이 내가 누구인지를 규정하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반지하에 사는 것이 집을 사려는 꿈을 훨씬 더 빨리 실현해 줄 수 있기 원한다면서 "(반지하에 사는) 내 유일한 후회는 고양이 에이프릴이 창문을 태양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BBC는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에 사는 가족의 몸에서 이른바 '지하' 냄새가 난다는 장면을 떠올리며, 또 다른 반지하 거주자인 20대 박영준 씨가 영화의 그 장면을 보고서 "그 가족 같은 냄새를 맡고 싶지 않았다"는 언급을 전했습니다.
박씨는 지난여름 수많은 향초를 태우고 제습을 했다면서, 다만 이 영화가 자신이 사는 반지하를 꾸미고 수리하는데 동기부여를 해줬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여기에 산다고 사람들이 나를 불쌍히 안 여겼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여자친구 심민 씨는 "우리 집을 사랑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이 그들이 영원히 반지하에 살기를 원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심씨는 "우리는 위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전날 내외부 사진을 곁들인 반지하 주택을 소개했습니다.
아사히는 도심에서 주택 부족이 심화하면서 저소득층이 저렴한 지하층
한국에서 35년 전부터 살았다는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부교수(한국문화)는 "한국의 반지하 주택이 보여주는 사회의 격차는 세계적으로 공통된 테마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