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사는 한원섭씨(가명·28)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 사람들에게 사는 곳을 밝히는 게 꺼려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대림동이 중국동포가 많기로 유명하다보니 (사는 곳을 밝히면) 코로나19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중국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는 이유로 바이러스가 발생한 동네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 700명이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전원 퇴소하는 등 탈(脫)코로나 분위기가 점차 자리잡고 있지만 중국 동포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혐오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혐오와 공포의 대상이 된 중국 동포들과 중국인 유학생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져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중국 동포들은 단지 서울 대림동, 가리봉동, 화양동 등 '차이나타운'에 거주한다는 자체만으로 혐오와 배제의 대상이 된다는 데 큰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거론된 중국 동포 밀집 지역에서는 아직 한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도 않았고, 확진자들이 거쳐갔다는 정보도 없지만 막연한 공포가 확산되며 사람들이 찾지 않는 '외딴 섬' 같은 처지에 놓였다.
서울의 한 차이나타운에서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는 점주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길거리에 보이는 사람 수 자체가 확연하게 줄어 차라리 임시휴업을 하는 게 나을 정도로 장사가 안 된다"며 "마스크 착용을 비롯해 직원들 청결에 항상 신경 쓰고 있지만 종업원끼리 중국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가게를 나가는 손님도 있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력사무소에는 중국 동포 대신 몽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온 동포를 찾는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 대림동에 있는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사·육아도우미처럼 일상생활에 밀접한 직업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 농촌에서도 중국 동포를 꺼려한다"며 "몽골 등에서 온 동포들도 사실은 대림동 일대에 많이 살지만 중국과 연관이 없다는 점만으로 찾는 이유가 된다"고 전했다. 이삿짐센터, 청소업체 등에서도 손님들이 계약에 앞서 직원 중 중국 동포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됐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전염병이 창궐해 비이성적 사회 갈등이 심화될 경우를 대비한 '심리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감염병 대응은 바이러스에 대한 역학적 방역과 함께 심리방역이 중요하다"며
[이진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