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환자에게 처음부터 강력한 항생제를 쓰는 바람에 환자 상태가 악화됐다면 병원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무분별하게 오·남용되고 있는 항생제 문제에 대해 병원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김경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74살 민 모 씨는 다리가 당기고 저린 증상이 몇 개월간 계속되자 서울의 한 병원에서 척추 부위의 인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민 씨는 수술 이후 염증이 생기는 등 부작용을 겪게 됐고, 급기야 혼수상태에 빠져 대형 병원에서 추가 수술까지 받게 됐습니다.
민 씨는 소송을 냈지만, 1심 법원은 민 씨를 신속히 큰 병원으로 옮기지 않은 책임만 인정하며 병원에 1억여 원의 배상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는 병원에 4천3백여만 원을 추가로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수술 당시부터 가장 강력한 항생제를 사용하는 바람에 세균이 슈퍼바이러스로 전이돼 어떤 항생제도 소용이 없게 됐다는 겁니다.
▶ 인터뷰 : 황진구 / 서울고등법원 공보판사
- "병원이 항생제를 오·남용하여 치료가 효과를 거둘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의료 과실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다만 민 씨가 고령인데다 슈퍼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병원 측의 책임을 60%로 제한했습니다.
▶ 스탠딩 : 김경기 / 기자
- "우리나라의 항생제 오·남용은 OECD 국가 가운데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이 의료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mbn뉴스 김경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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