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속 남성은 팔꿈치와 무릎으로 여성을 수차례 가격해 바닥에 쓰러뜨렸다. 근처에 있던 맥주병을 집어든 남성은 쓰러진 여성의 머리를 수차례 내려쳤다. 여성이 밖으로 도망가려 하자 다시 바닥에 쓰러뜨린 뒤 발로 얼굴과 머리를 짓밟았다. 영상에 담긴 폭행 장면이 너무 참혹해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은 차마 영상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이 영상은 지난 1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환승) 심리로 진행된 A씨(69)의 살인미수 혐의 공판에서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폐쇄회로(CC)TV 자료였다. 영상 속 폭행 피해자는 다름 아닌 A씨의 아내 B씨(66)였다. 최근 잇따르는 아동학대 사건 발생으로 방지 대책들이 마련되고 있는 가운데 아내를 끔찍하게 폭행한 가정폭력 사건이 새롭게 떠오른 것이다.
16일 황보승희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이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 9일 저녁 10시께 B씨에게 다음날 예약한 단체 손님을 위한 음식이 준비돼 있느냐고 물었다. B씨의 "당신이 준비하라"는 대답에 기분이 나빠진 A씨는 폭행을 시작했다. A씨는 창고에서 전선줄을 갖고 나와 쓰러진 B씨를 수차례 내려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때마침 귀가하던 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양측 안와골 골절, 비골 골절 등 전치 8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중상을 입었다.
A씨와 B씨 부부의 사이가 원래 나빴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20년 전부터 서울 양천구에서 식당을 함께 운영해왔다. 한 때 연 매출이 수십억원에 달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됐지만 2015년께부터 손님이 줄어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두 사람 사이가 나빠진 것도 이쯤부터였다.
A씨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A씨가 우울증과 뇌졸중을 진단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계획된 범행이 아니라 정신 질환으로 발생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따르면 A씨는 반성의 태도보다는 징역형을 피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A씨가 유치장에 면회 온 지인과의 대화 녹취록 등에 따르면 그는 "그놈의 CCTV가 있어서"라고 분개하며 B씨의 상태를 걱정하기 보다는 "(징역)형을 오래 살지 않으려면 (아내가) 죽으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징역 20년을 선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지만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5월까지 경찰에 신고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총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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