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를 지칭할 때 통상 실명 대신 지역을 명기해 '서울 신사동 몇 살 김 모 씨'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는데요.
이 정도 표현으로도 주변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는 만큼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김경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경남 창녕경찰서는 지난 2003년 자신의 친동생을 유산 문제로 다투다 살해한 혐의로 김해에 살던 이 모 씨를 긴급 체포했습니다.
경찰은 검거보고서를 언론에 공개했고, 주요 신문과 방송사 들은 김해시 내동에 사는 몇 살 이 모 씨로 검거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범행을 부인하던 이 씨는 이후 2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그러자 이 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경찰이 거짓 검거보고서를 만들어 언론에 공개하는 바람에 잘못된 기사가 나가게 됐고 이로 인해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겁니다.
1심 법원은 이 정도 보도로는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청구를 기각했지만 항소심인 서울고법 민사16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들이 이 씨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가가 8백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인터뷰 : 황진구 / 서울고등법원 공보판사
- "수사 기관이 피의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여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보도되었다면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취지입니다."
▶ 스탠딩 : 김경기 / 기자
- "개인의 명예가 수사 기관과 언론 보도로 훼손된 사례라고 본 법원의 이번 판결은 지금까지의 보도 관행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김경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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