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사망 사건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피해 선수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들이 당했던 고통을 폭로했다.
6일 최 선수와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피해선수 2명은 국회 정론관에서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 모든 운동선수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들은 "아직까지 다른 피해자가 많은걸로 알고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체육계 선수분들의 구조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피해선수 A씨는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으며,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은 숙현이와 선수들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고, 주장 선수도 숙현이와 저희를 집단 따돌림 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했다.
A씨는 피해사례도 상세히 공개했다. 그는 "감독은 2016년 8월 점심에 콜라를 한잔 먹어서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빵을 20만원치 사와 숙현이와 함께 새벽까지 먹고 토하게 만들고 또 먹고 토하도록 시켰다"며 " 또한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견과류 통으로 머리를 때리고 벽으로 밀치더니 뺨과 가슴을 때려, 다시는 안 먹겠다고 싹싹 빌었다"고 했다.
작년 3월에는 복숭아를 먹고 살이 쪘다는 이유로 감독과 팀닥터가 술 마시는 자리에 불려가서 맞았다고 했다. 그는 "이미 숙현이는 맞으면서 잘못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빌고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부모님과의 회식 자리에서 감독이 아버지께 다리 밑에 가서 싸우자고 말하고 어머니한테는 뒤집어 엎는다고 협박까지 했다"며 "경주시청 선수 시절 동안,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당했으며 욕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하루 하루를 폭언 속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가혹행위는 감독만 한게 아니였다고 했다.
피해선수 B씨는 "팀의 최고참인 주장 선수는 항상 선수들을 이간질하며 따돌림을 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통해 선수들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며 "그 선수 앞에서 저희는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되는 거 같았다"고 밝혔다. 같은 숙소 공간을 쓰다 보니 훈련시간 뿐만 아니라 24시간 주장 선수의 폭력·폭언에 항상 노출되어 있었고 제3자에게 말하는 것도 계속 감시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주장 선수는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서로 이간질을 해 다른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지 못하게 막았고 아버지도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감기 몸살이 걸려 몸이 좋지 않았는데도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배를 시켜 각목으로 폭행해 피멍 등 부상을 입어 훈련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팀닥터는 성추행을 의심케하는 행도도 했다고 했다. B씨는 "(팀닥터가) 자신이 대학교수라고 말했으며 수술을 하고왔다는 말도 자주 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숙현이 언니를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라고 까지 말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과정도 피해자들의 분노를 샀다. B씨는 "경주경찰서 참고인 조사에서는 담당 수사관은 '최숙현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자극적인 진술은 더 보탤 수가 없다'며 일부 진술을 삭제했다"며 "어떻게 처리될 것 같냐는 질문에 '벌금 20~30만원에 그칠 것'이라면서 '고소하지 않을꺼면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혹여나 벌금형을 받게 되면 제가 운동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대회장에서 계속 가해자들을 만나고, 보복이 두려워 고소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술인 조사 이후에는 훈련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불안감까지 느꼈다"고 말했다.
B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발 디딘 팀이 경주시청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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