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시신을 발견하고도 왜 말을 안 해줬나요. 지금이라도 당시 수사관들을 만나서 이유를 묻고 싶어요."
69살 김용복 씨의 딸 김 양은 8살이던 1989년 7월 7일 낮 12시 30분쯤 경기 화성시 태안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사라졌습니다.
오늘(7일) 이날은 31년 전 딸이 실종된 날입니다.
김씨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딸이 이춘재에게 살해당했다는 경기 화성시 A 근린공원을 찾아 짧은 헌화 행사를 했습니다.
이 일대는 김양이 실종 당시 입고 있던 치마와 메고 있던 책가방 등 유류품들이 발견된 야산이 있던 곳입니다.
등산로 바로 옆 비탈진 산자락에 국화꽃 한 다발을 올려놓은 아버지는 묵념을 마친 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 숨을 골랐습니다.
'심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씨는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울먹이다 "30년 동안 (딸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냈다는 게 너무나도 원통하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당시 수사관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왜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감춰서 뼈 한 줌도 못 찾게 했느냐"며 "(이 근처가) 개발되기 전에라도 시신을 찾았더라면 뭐라도 발견했을 텐데…이춘재보다 경찰이 더 나쁘다"고 당시 수사관들을 원망했습니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최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양 실종사건'을 살인사건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그동안 실종사건으로 분류됐으나, 경찰은 30여년 전 당시 형사계장 등 경찰 2명이 김양의 유골 일부를 발견하고도 은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양의 아버지는 "민방위 훈련에 따라가겠다던 딸을 못 따라오게 하며 때린 게 지금도 후회된다"며 "딸에게 못 해준 것만 왜 그렇게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딸에게 별로 해준 것도 없고, 힘들게만 한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뿐"이라며 "지금이라도 좋은 데서 편안하게 잘 지냈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이날 헌화 행사에 참석한 김씨 측의 법률대리인 이정도 변호사는 "경찰이 해당 수사관들에게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했으나, 공소시효가 만료돼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 점이 무척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존 판례를 살펴봤을 때 직무수행의 가능성이 있을 때까지는 공소시효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보는 만큼, 당시 수사관들의 직무유기 행위는 퇴임 때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들에게 적용할 공소시효 범위를 좀 더 유연하게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양의 가족은 경찰의 증거인멸로 살해사건에 대한 실체규명이 지연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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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지난해 11월 김양의 유골 등을 찾기 위해 A 근린공원 일대에 연인원 1천180명과 지표투과 레이더(GPR) 5대 등 장비를 투입해 6천942㎡를 9일간 수색했지만, 의미 있는 내용물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