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저녁 서울 마포구 대흥역 인근. 도로가에 승합차 여러 대가 줄지어 서 있고, 학원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들이 우르르 차량에 탑승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대형 학원이 대흥역과 공덕역 인근에 분원을 개설하면서 생긴 새로운 풍경이다. 대흥역 인근의 대형 아파트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학원가가 들어서고 교육 수요가 많아지면서 아파트 값이 지난 3년간 50-60% 정도 올랐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증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연이어 대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2년 연속 학원가 인근의 부동산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국민생활환경별 표준지공시지가(표준지가) 변동률 중 가장 높은 수치는 학원가 존재여부에 따른 10.49%였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올해 1월 1일까지 학원가 인근의 표준지가가 10.49% 올랐다는 뜻이다. 표준지공시지가는 토지 거래의 지표가 되며 전국 토지의 개별공시지가 산정 및 각종 조세 부과 기준 등으로 활용되는 가격을 말한다.
같은 기간 역세권 인근과 대형마트 인근의 표준지가는 각각 7.23%와 7.12% 오르는 데 그쳤다.
2018년 1월 1일부터 지난해 1월 1일까지 집계한 변동률에서도 학원가 인근의 표준지가가 13.64% 올라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근에 학원가가 있는지 여부가 표준지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 나타났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에서도 학원가 인근의 아파트단지와 한 두 블록 떨어진 아파트단지와의 가격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안양시 동안구 부림동에서 15년동안 거주한 장 모씨(50)는 "지하철역과의 거리
송 의원은 "사회·문화·생활환경이 땅값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기에 다양한 수요를 반영한 종합적인 부동산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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