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병원에서 무리한 유도분만을 진행해 신생아가 숨졌다는 국민청원이 등장해 시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 사건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무리한 유도분만으로 열 달 내 건강했던 저희 아기가 세상을 떠났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등장했다.
자신을 "부산에 거주 중이고, 지난 6월 22일 분만 의료사고로 사망한 신생아의 엄마"라고 밝힌 청원인은 "결혼 3년 만에 시험관 시술을 통해 첫 아기를 갖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출산 예정일은 7월 6일이었으나 의사 A씨가 6월 21일 유도분만을 권유했다"며 "제왕절개를 해야 하지 않느냐 물어봤지만, 담당의사인 A씨는 상관없다며 자연분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뒤늦게 알게 됐지만 6월 23일은 A씨의 휴무일이었고, 분만실 입원 후 수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만 돌아가면서 내진했을 뿐 A씨는 단 한 번도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체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분만 과정에서도 "(자연분만을) 포기하고 싶다고 몇 번이나 의사표현을 했으나 묵살당했다"며 "A씨는 내려오지도 않은 아기를 억지로 꺼내려고 흡입기계를 억지로 쑤셔넣었고, 수간호사는 제 위에 올라타 강한 힘으로 배밀기를 했다. 저희 부부에게 흡입기계 사용이나 배밀기에 대해 사전에 어떠한 설명이나 동의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진의 일방적인 무리한 분만 진행과정으로 마루타가 된 기분이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무섭고 괴롭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출산 직전 초음파 검사에서 3.3㎏이라던 아기는 실제 4.5㎏였고, A 씨가 무리하게 자연분만을 진행하는 바람에 회음부 절개 부위가 항문 옆까지 깊게 찢어져 변실금이 온 상태"라며 "만 34세 나이에 평생을 배변장애로 기저귀를 차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썼다.
글쓴이는 분만 이후 병원의 대처도 비판했다. "아기 상태가 나빠져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송 과정도 지체됐고, 아기는 결국 태어난 지 4시간 19분 만에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며 "아기는 자가 호흡이 어려운 상태였으나 이 병원이 발급한 출생증명서에는 신체 및 건강상황이 둘 다 '양호'라고 기록됐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기록사본을 발급받는 과정에서 "간호사는 변실금 증상에 관해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으나 간호차트에 기록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면서 병원 측이 진료기록을 고의로 은폐·조작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병원에서 비슷한 이유로 발생한 사건이 여럿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제가 알고 있는 사건만도 4건"이라며 "그러나 현재 분만실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입증이 쉽지 않다. 의료사고가 나도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게 현 구조임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만실, 신생아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와 의료사고 소송 중인 의료인의 의료업 종사를 금지하는 의료법 개정을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17일 오
한편 신생아 변사 신고와 고소장을 접수한 부산 사하경찰서는 이 사건을 의료사고 전문 조사팀이 있는 부산경찰청 광수대로 넘겼다. 부산경찰청은 "부검 감정서 등을 바탕으로 사망원인 등에 대해 면밀히 수사하겠다"고 했다.
[홍연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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